[천자칼럼] 공기 우산
영국 수필가 알프레드 가디너가 우산의 도덕성을 놓고 고민한 글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빌린 우산을 돌려주지 않았던 경험에 비춰 양심의 의미를 되묻는 게 글의 요지다. 우산은 가디너가 지적한 대로 ‘희미한 양심의 한계’를 안고 있다. 빌리기는 쉬워도 돌려주기는 힘든 물건이다.

우산은 묘하게 발명가들에게 발명 의욕을 돋우는 물품이기도 하다. 일반인 발명품에서도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에서만 매년 수천건의 우산 특허가 등록된다. 국내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특허심사관들이 싫어하는 물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웬만한 아이디어는 이미 나와있지만 상품화되는 경우는 드물다. 부가가치가 없어서다. 현재 세계 우산의 80% 이상이 중국 제품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우산의 기원도 중국이다. 중국 주(周)나라 시절 도편수였던 노반(魯班)이 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4000년 전의 일이다. 노반은 톱과 대패, 끌도 발명한 목수(木手)의 신이다. 그가 대나무로 만든 목조(木鳥)는 풍력을 빌려 하늘로 날아올라 3일간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노반이 하루는 정자에서 비를 피하다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다. 움직이는 정자를 만들면 따로 정자가 필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는 대나무를 잘게 쪼개 만든 바퀴살에 천을 덧대 우산을 만들었다. 한나라 시절에는 천 대신 기름 먹인 종이를 붙였다. 우산은 마귀를 쫓는 제의(祭儀)용으로도 쓰였다. 고구려 수산리 벽화 등 고대 고분에서 우산을 받쳐든 그림이 자주 나온다.

중국 우산은 페르시아를 거쳐 유럽에 전파된다. 그리스 로마시대에는 우산이 그다지 많이 쓰이지 않았다. 나약함의 상징처럼 인식됐다. 비를 피하는, 현대적 우산을 소개한 사람은 18세기 영국의 해너웨이다. 파리에서도 우산은 있었지만 태양을 가리는 파라솔 정도였다. 해너웨이는 페르시아에서 가져온 차양이 큰 우산을 매일 쓰고 다녔다. 사람들은 그를 비아냥거렸고 미친 사람처럼 취급했다. 특히 마차꾼들에게는 눈엣가시였다. 종종 우산이 말의 시야를 가렸다. 정작 해너웨이가 죽고 나서는 모두 우산을 쓰고 다녔다.

중국의 디자이너가 공기우산을 개발했다는 소식이다. 이 우산은 우산살이나 천이 없는 특이한 구조다. 모터가 내장돼 있는 막대기에서 우산살 방향으로 강한 바람을 쏘면 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튕겨내는 방식이다. 날개 없는 선풍기가 연상되기도 한다. 빗방울이 튕겨 옆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는 글쎄다. 재미도 있겠고.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