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팀이 오늘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초이노믹스’라고까지 불리며 국내외 기대를 한껏 모은 데 비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물론 백방으로 뛰고 있는 등 노력만큼은 평가받을 만하다. 취임 1주일 만에 41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등 지금까지 열흘에 한 번꼴(총 11건)로 경기대책을 발표하면서 의지를 보여 준 것도 잘한 일이다. 10여년간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던 부동산 대출규제를 한 번에 풀어버리는 등 경제사령탑으로서의 지도력도 발휘했다.

문제는 기대만큼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지수가 1900선까지 후퇴하면서 출범 전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부동산도 반짝경기로 그칠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거래량이 3분기 들어 1.9% 감소했고 전세난을 부채질했다는 역공도 받고 있다. 소비 활성화도 신통치 않아 출범 직전 1.7%였던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1.1%에 그쳤다. 기업설비투자는 지난 9월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살아날 기미조차 없다.

경제팀에 대한 평가도 극명하게 나뉜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에서는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성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인색한 평가 역시 적지 않았다. 야당은 청문회를 거론하며 으름장을 놓는 형국이다. 국제환경 등이 좋지 않은 탓도 있다지만 단기적 경기관리 대책으로 일관한 결과일 수도 있다. 불쏘시개는 불을 붙이는 데는 필요하지만 그것으로 밥을 지을 수는 없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경기관리를 넘어서는 경제회생 대책을 주문한다. 단기적 경기부양을 넘어 중장기 정책방향과 비전을 담은 철학을 내놓아야 한다. 일본 아베노믹스는 양적 완화와 재정확대뿐만 아니라 세제혁파 구조개혁 등을 통한 성장전략이라는 경제비전을 갖고 있었기에 그나마 탄력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팀에서 단기적 경기대책 외에 긴 호흡의 고뇌는 잘 보이지 않는다. 경제민주화의 도그마가 워낙 컸기에 방향선회가 쉽지 않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경기대책만으로 구조적 위기를 벗어날 수는 없다. 보다 근원적인 고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