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크는 녹십자, 글로벌社와 겨룰 것"
녹십자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국내 제약사로는 처음 수출 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매출도 1위인 유한양행과 각축을 벌일 만큼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에 육박하는 증가율로 올해 매출 1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 영업맨 출신인 조순태 사장(사진)이 단독 대표를 맡은 뒤 녹십자의 공격적인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조 사장은 22일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국내서 도토리 키 재기식 경쟁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다국적 제약사들과 겨룰 수 있는 실력을 쌓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지난해 매출 대비 9.5%였던 연구개발비를 올해 11.5%로 늘렸다. 그는 “충북 오창공장 증설과 연구소 확대 등 국내 제약사 중 가장 공격적으로 연구개발비를 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녹십자는 백신과 혈액제제에 특화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업체다. 녹십자의 화학의약품 매출 비중은 7%에 불과하다. 최근의 성장세도 해외 시장에서 백신과 혈액제제 매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조 사장은 “독감이나 수두백신 시장에서 사노피, 노바티스 등 거대 다국적 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녹십자는 세계에서 네 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세계보건기구(WHO) 독감백신 사전입찰자격(PQ)을 확보했다. 지난달 초에는 국내 최초로 독감백신 1억도즈(성인 1억명 투여분) 생산 기록을 돌파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성장 축은 알부민 면역글로불린 등 혈액제제다. 현재 미국에서 면역글로불린 임상시험을 마치고 내년 초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지난해 태국 적십자사와 700억원 규모의 혈액분획제제 플랜트수출 계약을 체결한 뒤 인근 동남아 국가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조 사장은 “태국이 자체 플랜트를 갖게 된 데 자극을 받은 인접 국가에서도 의욕을 보이고 있어 현재 2~3개 국가와 접촉하고 있다”며 추가 수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 사장은 매출 확대를 위한 제네릭 품목 확대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반대 의견을 밝혔다. 그는 “돈이 조금 된다고 제네릭을 늘리는 것은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회사 방침과 맞지 않는다”며 “일부에서 발기부전치료제 등을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