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즈', 토슈즈 벗고 파격적 몸짓…발레로 풀어낸 결혼 세태
동화 속 왕자와 공주는 결혼해서 정말 행복하게 살았을까. 제임스 전 서울발레시어터(SBT) 상임 안무가의 생각은 좀 달라 보인다. SBT가 창단 19주년을 맞아 24, 25일 서울 연건동에 있는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무대에 올리는 모던발레 ‘무브즈(Moves)’의 2부 ‘레노스(Les Noces·사진)’에는 신랑 신부가 등장한다. 결혼을 앞둔 이들은 서로 간 겪는 현실적 갈등을 역동적인 몸짓으로 이야기한다.

마지막 장면에 안무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신랑의 팔짱을 끼고 걸어가던 신부가 고개를 돌려 신랑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본다. ‘결혼은 곧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일 수 있다’는 메시지의 완곡어법이다. 최근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만난 제임스 전은 “결혼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이혼하는 경우를 숱하게 봤다”며 “상투적으로 변한 현대의 결혼 문화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어로 결혼식이란 뜻인 ‘레노스’는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가 러시아 전통 결혼 풍습을 음악으로 만든 작품이다. 무용수들은 발레의 상징인 딱딱한 토슈즈를 벗고 기존 클래식 발레와는 다른 파격적인 몸짓으로 서로 간의 불협화음을 풀어낸다.

이번 공연의 첫 무대를 장식하는 1부 ‘이너 무브즈(Inner Moves)’는 제임스 전이 미국 네바다발레시어터의 의뢰를 받아 안무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동서양의 조화’라는 주제 아래 인간 내면의 일곱 가지 상태(사랑, 힘, 열정, 다이내믹, 통합, 부드러움, 하모니)를 해석한다. 무대에 등장하는 무용수 일곱 커플은 움직임을 통해 관계의 갈등을 풀어내며 마지막 즈음엔 하나의 조화로운 상태를 이룬다. 음악은 작곡가 장석문 씨가 현대음악을 기반으로 만들었으며 일부 장면에는 전통 가락을 더한 음악이 사용된다. 2만~5만원. (02)3442-2637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