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잔고장에 소비자 '불만' ··· 결함 신고 늘어도 리콜은 일부만
[ 김정훈 기자 ] "신차 출고 후 3개월 정도 운행했는데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하자가 발생했습니다. 제작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수리를 받았으나 동일한 문제가 재발해 불안해서 차를 탈 수가 없어요. 차량 교환을 요구했으나 제조사가 거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A씨)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가 2000만 대에 육박하면서 차량 결함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억울함을 호소한 직장인 A씨처럼 신차 출고 후 잔고장이나 결함이 발생해도 소비자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도 많다.

◆ 자동차 결함 신고 해마다 증가 ··· 리콜 조치는 미흡

22일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따르면 10월 현재까지 승용차 리콜 대수는 206개 차종 44만1366대(국산차 37만4623대, 수입차 6만6743대)로, 올 1~9월 승용·RV 판매량(102만여 대)의 43%에 해당하는 수치다. 수입차의 경우 지난 3년 사이 등록대수가 늘어나 리콜 대수도 2012년(4만402대)보다 증가했다. 여기에 무상수리까지 포함하면 결함 차량은 더 늘어난다. 그만큼 운전자들이 안전 사고에 쉽게 노출돼 있다.

수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자동차 결함신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나 정부의 제작결함 시정 조치가 미흡하기 때문.

이달 초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동차 결함신고 및 조사결과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 총 신고 건수는 1만9423건에 달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리콜 조치는 60건에 그쳐 신고건수 대비 리콜 결정률은 0.3%에 불과했다. 특히 연료호스 누유나 브레이크 호스 누유 등 안전과 직결된 결함에 대해서도 리콜 아닌 무상수리를 권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결함신고는 2010년 1850건, 2011년 3803건, 2012년 4278건, 2013년 6618건으로 최근 4년 사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리콜 조치는 2010년 19건에서 지난해 16건으로 줄었다. 올 들어 이달까지 리콜이 14건이며, 14건은 무상수리 조치다. 현대차 싼타페 트레일링 암(프레임과 서스펜션에 연결된 주행성 개선 장치) 부식, 쌍용차 체어맨 주행시 핸들 잠김, 한국GM 올란도 LPG 간헐적 시동꺼짐 등 10여건이 무상점검·정비 목록으로 올라와 있다.

정진향 소비자원 안전감시팀장은 "차량 결함이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 리콜보단 무상수리를 권하고 있다" 며 "무상 수리는 중대한 차량 결함이 아닐 경우 자원 낭비를 막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 소비자 불만 없는 리콜·무상수리 필요

리콜이나 무상수리 조치가 된다고 해서 소비자 불만이 말끔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올 상반기 SM5 주행 중 시동 꺼짐 가능성 문제로 약 16만 대 리콜을 발표한 국토부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관련 시정 조치에 대한 차주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문제가 된 커넥터 부품을 제거한 후 점화코일 배선과 엔진 배선을 직접연결(직결)하는 방식이 정당한 리콜인지 항의하는 의견이 수백 건 올라온 것. 당시 르노삼성자동차는 커넥터 내부 핀의 접촉 불량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해당 커넥터 교환이 아닌 배선 간 직결 수리로 대체했다.

한 소비자는 "차량 가격에 부품(커넥터) 가격도 포함돼 불량이면 직결이 아닌 개선품으로 교체해야 제대로 된 리콜" 이라며 "국토부가 제조사 리콜 비용 절감을 돕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성토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토부와 리콜에 대해 협의한 결과 직결은 최선의 솔루션이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정부가 리콜 결정을 해야 할 결함까지 무상수리를 권고하는 등 자동차 리콜 조치에 인색해 지금보다 더욱 엄격하게 자동차 결함 조사와 시정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자동차 등록대수가 많아지고 내수와 수출 차종의 부품 공용화로 리콜 사례도 늘어날 것" 이라며 "제조사들이 품질관리에 좀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