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혁신 가전업체' 모뉴엘, 법정관리 신청
혁신형 가전업체인 모뉴엘(대표 박홍석)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금융계는 수출 대금을 제때 결제받지 못해 빚어진 자금난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수출 규모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가공매출을 일으키다 결국 좌초했다는 시각도 있다. 모뉴엘의 금융권 총 여신 규모가 5000억원대에 달해 업계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21일 법조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모뉴엘은 지난 20일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기업, 산업, 농협은행 등 채권은행에 갚아야 할 차입금을 연체하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등 일부 채권은행들은 이날 보유 채권에 대해 ‘기한이익상실’ 처리를 결정했다. 이는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해 대출 만기 전에 남은 채무를 일시 회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은행의 모뉴엘에 대한 채권 규모는 총 1165억원이다. 농협은행도 이날 밤 장기 연체 중인 모뉴엘 채권을 부도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모뉴엘과 자회사인 잘만테크가 선적서류 조작 등의 방법으로 가공매출을 일으켰다는 제보를 받고 감리를 진행 중이다.

2004년 아하닉스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모뉴엘은 2008년 삼성전자 출신의 박 대표를 영입하면서 사세가 급격히 불어났다. 2008년 739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2737억원까지 커졌다. 2011년 코스닥 상장사인 잘만테크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정도로 우량한 기업이어서 금융사들은 부실 가능성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남윤선/정소람/김순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