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법원 필수요원 '로클럭'…전관 여부는 논란
“훌륭한 재판관들 옆에서 다양한 사건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연구원(로클럭)으로 일하고 있는 A씨는 21일 기자와 만나 “바빠서 한 달에 두세 번 정도만 빼고는 거의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면서도 자긍심이 대단했다. 같은 법원의 또 다른 로클럭 B씨도 “결론이 애매한 사건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일이 가장 힘들다”며 “2년 임기가 끝나고 나가서 다른 일을 하다가도 대부분 법원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법관을 전문적으로 보조하는 로클럭 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로 3년째다. 1~3기 전체 통계를 보면 여성이 191명(62.8%)으로 남성 113명(37.2%)보다 많고, 출신 학부는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비중이 64.5%(196명)를 차지했다. 연령층도 다양했다. 현재 200여명이 서울 부산 광주 등 5개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에 배치돼 윤활유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관예우 등 특혜 논란도 적지 않다.

◆야근 밥먹듯 하며 법원 필수요원으로

[Law&Biz] 법원 필수요원 '로클럭'…전관 여부는 논란
로클럭의 주된 업무는 사건 관련 보고서 작성이다. 보고서에는 법원에 접수돼 첫 기일이 잡힌 사건인 신건에 관한 보고서, 법률 분쟁의 쟁점에 관한 보고서, 형사 재판부 등에서 주로 하는 사실관계 보고서 등이 있다. 서울고법의 한 로클럭은 “신건 보고서를 매주 6~7건 정도 처리한다”며 “평일은 거의 매일 야근을 한다”고 했다. 야근 수당 등을 합산하면 로클럭이 받는 연봉은 초임 판사와 비슷한 약 5000만원 수준이다.

재판에서 차지하는 로클럭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부장판사들 간에 ‘로클럭 쟁탈전’도 치열하다. 지방 소재 법원의 한 판사는 “고등법원에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고법판사들이 합의를 볼 수 있도록 대등재판부를 만들었는데 로클럭이 있는 재판부와 없는 재판부에 배당되는 사건 숫자가 같아서 부장판사들끼리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법관에게 재판받을 권리 침해 논란

로클럭의 역할에 대해 법원조직법(제53조의2)은 ‘소속 법원장의 명을 받아 사건의 심리 및 재판에 관한 조사·연구, 그밖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재판장의 재량에 달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로클럭에게 판결문 초안을 작성하게 하는 법원도 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로클럭에게 판결문을 쓰도록 하는 것은 법관으로서 훈련을 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초안이기 때문에 로클럭이 쓴 판결문대로 재판 결과나 판결문이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위헌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판결문 초고 작성은 합의부 주심판사와 비슷한 역할”이라며 “이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를 사실상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직 법관은 “법관 판단에 예단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데리고 있던 로클럭에게 판결문 작성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로클럭 출신, 전관 여부 도마에

2년 임기를 마친 로클럭 출신 변호사가 올해 처음으로 배출되면서 문제점도 발생했다. 법원은 내년부터 3년 이상 경력 법조인만을 판사로 뽑기로 했는데 로클럭 근무를 마친 뒤 판사 지원시까지 남은 1년 동안 일자리를 법원이 주선해주면서 ‘제식구 감싸기’ 논란을 빚고 있는 것.

대법원이 발간한 ‘재판연구원 임용 가이드’에는 로클럭 취업을 위해 ‘법원이 관련돼 있는 공적 영역 중 단기 활동이 가능한 영역(국선변호인, 조정위원 등)을 현재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기술돼 있다. 법원은 올해 초 국선전담 변호사 62명 중 로클럭 출신으로 26명(41.9%)을 채웠다. 로클럭 출신 변호사가 전관변호사인지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그 결과 로클럭 출신 변호사가 자신이 몸담았던 재판부의 사건을 대리한 것이 문제가 돼 선고 직전까지 갔던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여는 일도 벌어졌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