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보안· SW·지재권 꿰고 있는 '準IT전문가들' 몸값 껑충
정보기술(IT) 강국으로 꼽히는 한국이지만 5년 전까지만 해도 법조계는 ‘IT의 불모지’였다. 그러나 카드·통신사들의 잇단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와 대기업 기술 유출 사고, 최근의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 이르기까지 IT 관련 이슈가 몇 년 사이에 급증하면서 IT 변호사들의 주가도 함께 치솟고 있다.

대형 로펌이 휩쓸고 있는 다른 분야와 달리 중소형 IT 전문 로펌 변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24기)는 개인정보·보안·사이버법률·디지털포렌식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중앙지검 컴퓨터수사부와 첨단범죄수사부 검사,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거치며 이론과 실무 경험을 쌓은 게 특징이다. 농협 전산사고, KT와 카드3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까지 정보·보안 사건의 자문에 응했으며 최근에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정치 개입 사건 항소심 변론을 맡아 선거법 무죄를 이끌어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카카오톡 자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SNS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 돼 계약이 해지되는 해프닝이 있기는 했으나 여전히 IT 기업들의 러브콜 1순위”라고 평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36기)도 경력은 길지 않지만 보안 분야를 이끄는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네이트 정보유출 집단 소송에서 소비자를 대리해 첫 승소로 이끌었으며 200여개 기업이 해외 소프트웨어사를 상대로 제기한 ‘오픈캡쳐’ 소송도 승소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공학 석사 학위를 갖춰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 이해도는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대형 로펌 중에서는 김앤장이 최근 몇 년 새 걸출한 인물들로 최정예 군단을 꾸렸다. 방송 통신 분야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최동식 변호사(12기)가 그룹장으로 업무 전반을 이끌고 있으며 판사 출신인 김진환 변호사(24기)가 프라이버시 소그룹에서 개인 정보 관련 사건을 총지휘하며 두각을 보이고 있다.

2008년 옥션 개인정보유출 사건을 시작으로 KT, SK커뮤니케이션즈, 넥슨, 카드 3사 정보유출사건 등 굵직한 사건이 이들의 손을 거쳐 갔다. 최 변호사는 “5년 전 IT 관련 소그룹이 1개에 불과했으나 최근 방송·통신·e비즈니스·게임·IT·프라이버시 등 6개로 세분화했으며 소속 변호사만 100여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정보보호전문그룹 팀장을 맡고 있는 윤종수 변호사(22기)도 기대주로 꼽힌다. 판사 출신으로 올 3월 세종에 합류한 그는 법원 재직 시절부터 저작권 공유 운동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스(CC)의 한국 프로젝트 리더를 맡는 등 관련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 왔다. 윤 변호사는 “최근에는 정보보호 자문을 비롯해 수십억~수백억원의 돈이 오가는 전산시스템 납품 등 시스템 통합(SI) 관련 자문을 다수 진행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애플 지식재산권 소송에서 삼성 측 대리인단에 참여한 최정열 율촌 변호사(17기)는 지재권 중에서도 IT 관련 기술 및 영업비밀 유출 사건에서 선두격 인물이라는 평가다.

개인 변호사 중에는 이화여대 로스쿨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김상순 변호사(36기)가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전자소송이 시작되기 전인 2010년 법정에서 서류 뭉치 없이 아이패드 하나만 들고 변론을 펼치면서 ‘아이패드 1호 변호사’로 불리기도 했다.

정소람/양병훈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