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 논란이 불거졌던 미국 제약사 애브비의 영국 바이오테크 업체 샤이어 인수합병(M&A) 계획이 끝내 무산됐다.

블룸버그는 20일(현지시간) 애브비와 샤이어 사이에 진행됐던 합병 논의가 애브비 이사회의 지지 철회로 결렬됐다고 보도했다. 애브비는 지난 7월 550억달러(약 58조원)에 샤이어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애브비 측은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조세회피용 M&A에 대한 규제 강화 방침 때문에 합병안을 철회했다”며 “조세 원칙이 바뀌면서 샤이어를 인수할 때 얻을 것으로 예상했던 경제적 이익을 더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협상 결렬로 애브비는 샤이어에 16억3500만달러(약 1조7000억원)의 위약금을 물게 됐다. 애브비는 M&A 무산으로 실망한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5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분기 배당액을 주당 17%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애브비는 당초 샤이어와 합병한 뒤 합병회사 법인을 영국으로 옮길 계획이었다. 영국의 법인세율은 22%로, 미국(최대 39.2%)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리처드 곤살레스 애브비 최고경영자(CEO)는 “전례 없는 정부의 일방적 압력으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M&A 계약이 좌절됐다”며 “이런 당국의 조치로는 미국 산업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대에 뒤떨어진 세법 때문에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미국 경제의 경쟁력 강화와 투자 촉진을 위한 포괄적인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