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시장 독점·1조 매출에 세금 거의 안내…규제 안 받는 구글에 한국은 '부글부글'
#1. 주부 정모씨는 최근 초등학교 4학년생 아들이 PC로 음란물을 보는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아들은 그동안 구글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누드’ ‘엉덩이’ ‘포르노’ 등과 같은 검색어로 음란물을 찾아봤다고 털어놨다.

#2.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로 국내 모바일 OS 시장의 93%를 장악하고 있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다. 구글플레이 등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마켓을 비롯해 검색광고 등으로 국내에서 올리는 매출만 연간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구글은 검색광고 등의 계약 당사자를 ‘구글코리아’가 아닌 ‘구글아일랜드’로 바꾸는 수법 등으로 한국에서 세금을 피하고 있다.

구글이 검색엔진과 유튜브 등을 통해 미성년자들에게 음란물을 여과 없이 노출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또 앱 마켓 등에서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건전한 경쟁을 막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국내 매출에 비해 법인세 등도 제대로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국내 인터넷 관계자는 “구글이 해외 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규제 무풍지대’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며 “국내 사업자의 역차별을 막고 구글에 대한 과세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글·유튜브는 ‘음란물 천국’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 인터넷 사업자의 성매매·음란물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방통심의위의 음란물 심의는 2010년 4325건에서 지난해 2만2364건으로 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 사업자 사이트 접속 차단은 839건에서 1만4274건으로 17배 폭증했다.

방통심의위는 음란물 등 불법 정보에 대해 국내 사업자의 경우 이를 삭제하거나 이용자에 대한 이용 정지를 하도록 시정요구를 한다. 하지만 해외 사업자에는 국내법 적용을 통한 규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접속 차단 조치만 하고 있다.

구글 등의 해외 검색엔진에서는 실제로 음란 콘텐츠가 손쉽게 노출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이 같은 이슈가 터질 때마다 일부 키워드만 성인인증 절차를 진행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 이마저도 미국 구글 사이트(google.com)를 이용할 경우에는 무용지물이다.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들이 자체 여과 시스템과 성인인증 등을 통해 콘텐츠를 제어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공정 경쟁 막는 ‘닫힌 구글’

구글은 국내 앱 마켓 시장에서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구글이 구글플레이를 안드로이드폰에 선(先)탑재하면서 다른 사업자가 운영하는 앱 마켓은 아예 등록하지 못하도록 했다”며 “이는 공정거래법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금지 조항을 위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구글은 또 구글플레이와 검색광고 등으로 국내에서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관련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플레이의 매출은 1조1941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하지만 구글플레이는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지 않아 앱 판매에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고 있다. 현행 세법상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어야만 세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내년 7월부터 해외 앱 마켓도 국내에서 서비스가 이뤄질 경우 부가가치세를 내도록 관련 법을 개정키로 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세제 개편은 환영할 만하지만 구글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며 “외국 기업들이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한 세금만이라도 제대로 거둔다면 정부의 세원은 충분히 확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