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원 삼원오토텍 사장이 GM의 글로벌 생산기지에 직접 납품하는 차 손잡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허영원 삼원오토텍 사장이 GM의 글로벌 생산기지에 직접 납품하는 차 손잡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자동차 기계 조선 등 중후장대한 기업들이 몰려 있는 군산산업단지가 바뀌고 있다.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수출을 늘리는 등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분주하다. 지역 경제의 양대 축인 현대중공업 군산공장과 한국GM의 영업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이들 대기업 의존도를 줄일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1조원대의 대규모 손실을 냈다. 한국GM 군산공장은 올 들어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한국GM이 군산공장을 철수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올 정도다. 군산산단에서 운송장비업이 차지하는 고용 비중은 작년 말 77%에 달했다. 산업단지공단은 군산산단을 보다 쾌적하고 편리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현재 ‘구조고도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업영역 확장·글로벌 진출

車·선박부품에 IT·LED…군산산단 새 엔진 단다
군산산단에 있는 대영엔지니어링은 자동차 부품에서 정보기술(IT) 쪽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TV 외관을 멋스럽게 하는 특수코팅 기술로 ‘대박’을 냈다. 작년에 LG전자 LED TV의 프레임 도장 일감을 따냈는데, 주력인 자동차 부품 사업을 넘어설 정도로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알루미늄 프레임의 금속 질감을 그대로 살리면서 결을 돋보이게 하는 게 이 회사 기술이다.

김선영 대영엔지니어링 회장은 “올해 LG전자에 납품하는 물량은 400만개가량으로 예상되며 금액으로는 2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의존도가 높으면 그 회사 실적에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TV 프레임뿐 아니라 최근 LED 조명 사업을 시작해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GM에 문 손잡이 등 부품을 납품하는 삼원오토텍은 2007년부터 GM의 글로벌 생산기지에 직접 납품하는 길을 택해 수출국을 늘리고 있다. 현재 미국 독일 스페인 호주 태국 브라질 멕시코 등 모두 7개국에 제품이 나간다. “올해는 한국GM과 GM의 글로벌 생산기지 납품 비중이 4 대 6 정도로 해외 판매 비중이 국내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이 회사 허영원 사장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에 선박 블록을 납품하는 번영중공업은 조선 관련 일감이 떨어지자 요즘 플랜트 장비 분야를 공격적으로 확장 중이다. 바다 모래를 육지로 퍼 나르는 설비 두 대를 만들어 지난 9월 중동의 현대건설 플랜트 공사현장에 넣었다.

이한석 번영중공업 전무는 “‘본처’(조선 블록)를 놔두고 외도하는 기분이지만 신규 사업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비 고치러 멀리 가야”

군산산단 내 중소기업들은 기본적인 인프라 부족을 호소한다. “주물로 간단한 틀을 뜨려 해도 맡길 곳이 없어 수도권이나 부산까지 가야 한다” “가공 작업도 군산산단 내에서 하기 어렵다”는 등의 말이 많이 나온다. 군산산단에는 주물 단조 열처리 등 ‘뿌리 산업’을 담당하는 공장이 드물다.

허 사장은 “장비나 기계가 고장이 나면 이걸 들고 대불산단이나 수도권으로 가서 고치는데, 이런 비용이 많이 들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전무는 “선박 블록 가운데 무거운 것은 1500t까지 나가는데, 회사 앞 다리가 450t밖에 버티지 못해 돌아서 가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군산2산단이 애초에 조선업을 겨냥해 만들어진 게 아니어서 대불산단처럼 ‘전봇대 규제’가 많다는 설명이다.

김종률 산업단지공단 군산지사장은 “중량화물 운송을 위한 기반시설 보강 등 기업들의 중점 애로사항 14건을 접수해 지금까지 4건을 해결했다”며 “전봇대 지중화 등 예산이 많이 드는 것은 중장기 과제로 삼아 점차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산단공은 최근 군산산단에 ‘작은 도서관’을 열었고 헬스장과 교육장을 짓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군산대 캠퍼스를 산단 안에 넣어 학생들의 실무능력 향상을 돕고 있다. 주유소, 판매시설, 창고형공장 등 생산 및 지원 복합시설 건설과 대규모 오피스텔 건설 등의 사업도 연내 시행할 예정이다.

군산산단=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