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시·자' 거침없는 해외직구
30대 직장인 김혜림 씨(32)는 웬만한 신발 옷 화장품 등은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직접 주문하는 이른바 ‘해외직구(直購)’ 애용자다. 김씨는 한 달에 한 번꼴로 10만원어치 정도를 직구로 샀으나 요즘 직구 횟수가 늘고 단가도 높아졌다. 직구 시장이 커지면서 할인 혜택 등이 많아져 백화점 판매가의 절반 수준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때가 많아서다.

김씨는 “최근 각각 100만원이 넘는 구찌와 루이비통 가방을 직구했다”며 “국내 매장에서라면 하나만 살 수 있는 돈으로 명품백 두 개를 얻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명품 구매

100만원이 넘는 고급 가방, 시계, 자전거 등 고가 명품을 해외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직접 구매하는 통 큰 직구족이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이 19일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100만원 이상 고급 자전거 해외직구액은 5억3800만원(254건)으로 지난해 전체 해외직구액 4억2900만원(198건)을 훌쩍 넘어섰다.

고급 자전거 해외직구 규모는 2010년과 비교해 4년 만에 9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100만원 이상 명품 가방 해외직구액도 올 상반기 6억3400만원(413건)에 달해 4년 만에 약 7배 늘 것으로 전망된다. 100만원 이상 고급 시계의 상반기 해외직구도 8억500만원(490건)에 달했다.

해외직구 규모는 올 상반기 한국 경제의 민간소비(370조원) 중 0.2%로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 상반기만 봐도 해외직구 규모가 727만6000건, 753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건수로 45.7%, 금액 기준으로 48.5% 늘었다. 올 한 해 직구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가품 구매가 활기를 띠고 있어 직구 시장은 매년 50% 안팎의 성장세를 지속해 2018년 8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희귀품도 구할 수 있다”

해외직구시 통관 절차가 간소한 목록통관 제품은 100달러(미국은 200달러)까지 면세해준다. 목록통관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통관 제품은 15만원 이상이면 관세가 부과된다. 그런데도 고가 명품 해외직구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관세를 물더라도 국내 수입품 매장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 번의 인터넷 클릭만으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고, 최근 5%까지 포인트를 쌓아주는 해외직구 전용 카드가 출시된 점도 직구족이 늘어나는 배경이다.

차별화된 소비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점도 고가 직구족이 증가하는 배경이다. 매일 아침 자전거로 출근하는 ‘자출족’인 국책연구소 연구원 박경수 씨(35)는 최근 300만원대 네덜란드 브랜드의 자전거를 직구했다.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명품 자전거가 해외 쇼핑몰에서 30% 할인된 가격에 나온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3개월 할부로 그었다. 박씨는 “자전거는 고장이 나도 국내에서 수리하는 데 별 문제가 없어 직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대진 산업은행 조사분석부 연구위원은 “일본에선 해외직구가 늘어나면서 수입 화장품의 국내외 가격차가 1.8배에서 1.3배까지 떨어졌다”며 “국내에서도 해외직구가 수입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물가 안정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