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계 울리는 ADD] 터키 수출 K-2전차 기술료 다 챙겨…'700억 돈잔치' 벌이겠다는 ADD
국방과학연구소(ADD)가 K-2 전차(사진) 기술을 터키에 수출한 국내 방산업체로부터 총 수출대금 3억3000만달러(약 3460억원)의 45%에 이르는 기술료(1550억원)를 배당으로 고집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방산업계는 “기술료의 절반(755억원)은 ADD의 400명 연구원 보상으로 쓰인다”며 “민간업체의 기술료 감면 요구를 거부한 채 사업이윤을 독차지하려 한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19일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방위사업청, 현대로템 등에 따르면 ADD는 K-2 흑표 전차의 체계 및 주포, 장갑 기술을 2009년 1월부터 터키 오토카에 수출하는 대가로 2015년 7월까지 기술료를 받기로 했다.

문제는 ADD에는 기술료를 받을 ‘권리’만 있고 체계사업자인 로템은 사업을 성공시킬 ‘의무’만 짊어진다는 점이다. ADD는 국가 예산으로 개발한 K-2 기술 관련 자료를 넘겨주고 용역만 제공한 뒤 사업이 성공하면 기술료를 모두 받을 수 있다.

이에 반해 현대로템은 위아(주포), 삼양컴텍(장갑), 풍산(장갑) 등 방산업체와 함께 내년 7월까지 터키 측이 제시하는 작전요구성능(ROC)을 갖춘 시제품을 개발하지 못하면 보상금을 물어야 한다. 이런 부담을 지는데도 현대로템의 몫은 수출금액의 23%인 795억원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터키가 자체 모델로 제작 중인 알타이전차는 K-2 전차를 토대로 했을 뿐 새로운 전차인데도 ADD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터키가 K-2보다 높은 명중률과 방호력 수준을 요구하면서 사업 속도도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알타이 개발 과정에서 K-2전차 기술의 활용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자체 생산기술 등 기술개발 기여도 248억원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했지만 ADD로부터 거절당했다. 백 의원은 “우발적인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무기체계 개조개발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기술료를 산정한 것부터 말이 안 된다”며 “K-2 기술을 그대로 수출하는 것이 아닌 만큼 현실에 맞게 기술료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ADD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 초까지 K-2 기술료 사용계획서를 작성해 방사청에 보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방산기업들은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수출경쟁력을 갉아먹는 국방기술료 제도를 고쳐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 관계자는 “방산수출을 활성화하려면 기술료 사용규정을 개정해 수출용 방산물자 등의 개조와 개발에 투자하는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방산기업의 기술기여도를 반영해 줘야만 수출에 적극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승욱 선임기자·김대훈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