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롤러코스터…글로벌 IB '함박웃음'
올해 하반기 들어 주요 통화 가치가 요동치면서 글로벌 외환시장이 다시 투자은행(IB)들의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개점 휴업상태였던 외환시장의 거래액은 다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IB들은 변동성이 커진 외환시장에서 돈을 쓸어담아 3분기에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바닥까지 가라앉았던 글로벌 외환시장이 변동성 장세에 힘입어 강력하게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높아진 변동성…외환 거래 사상 최대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7개국(G7) 통화의 내재 변동성을 보여주는 JP모간G7변동성지수(VXY)는 지난주 8.3까지 올랐다. 올 2월6일 이후 8개월 만의 최대다. VXY가 상승했다는 것은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시장 참여자들이 외환 거래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오락가락하는 데다 중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환율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면서 변동성지수가 상승한 것이다.

외환 거래 규모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 9월 글로벌 최대 외환거래 지급 결제시스템인 외환동시결제시스템(CLS)을 통해 이뤄진 외환거래는 하루평균 5조9400억달러(약 6319조2553억원)로 집계됐다. 글로벌 외환 거래의 60% 이상을 담당하는 CLS가 구축된 2002년 이후 최대 규모다. 전월 대비로는 21% 증가했다.

올 들어 7월까지 글로벌 외환시장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 7월 외환거래량은 10년래 최저 수준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과 유럽·일본의 양적 완화 등 각국의 통화정책 전망이 엇갈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3분기 동안에만 유로화 대비 10% 이상 뛰었고, 유로화와 신흥국 통화 가치 약세는 뚜렷해졌다. 미국 달러화 대비 신흥국 통화 가치를 나타내는 JP모간EMCI지수는 11년래 최저로 하락했다.

◆불확실성 틈타 수익 챙기는 IB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는 정책당국과 기업들에는 달가운 일이 아니다. 금융시스템이 흔들릴 위험이 커지는 데다 환율 변동 위험회피(환헤지)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외환 트레이더들은 외환 거래 증가로 쏠쏠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실제 글로벌 IB들은 외환 거래 부문에서 수익이 늘면서 3분기에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깜짝 실적’을 냈다. 골드만삭스는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22억4000만달러의 순이익을 거뒀다. 채권·외환·원자재(FICC) 부문의 매출이 74%나 늘어난 덕분이다. 모건스탠리도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16억500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하반기 들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열기가 달아오른 게 IB들의 실적 견인에 힘을 보탰다”고 분석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IB의 주요 수익원이었던 FICC 부문 수익은 지난 4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FICC 부문의 매출이 반토막 나면서 구조적인 침체에 직면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마켓워치는 “앞으로도 미국 금리에 가장 민감한 신흥국 통화 가치의 변동성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틈타 IB들이 수익 창출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