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약진하는 중국과 부활하는 일본 기업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음이 재확인됐다. 한경비즈니스가 톰슨로이터와 함께 매출 순이익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한·중·일 100대 기업’을 선정한 결과다. 4년 전인 2010년과 2014년을 비교해보니 중국의 100대 기업은 27개에서 35개로 늘었으나 한국은 20개에서 13개로 줄었다. 일본은 53개에서 52개로 건재를 과시했다. 한마디로 중국 약진, 일본 선방, 한국 추락이다.

무엇보다 중국 기업의 대도약이 눈에 띈다. 중국은 1위 페트로차이나, 2위 공상은행을 비롯해 톱10 중 6개, 톱20 중 절반인 10개를 차지했다. 4년 전 톱10 중 5개, 톱20 중 5개였던 것에 비하면 괄목상대다. 반면 한국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삼성전자가 2010년에 이어 유일하게 10대 기업에 들었지만 순위는 한 계단 미끄러져 4위였다. 현대차 역시 15위로 한 계단 밀렸고 포스코는 34계단이나 추락해 50위에 그쳤다. 2010년 100대 기업에 올랐던 LG, 현대중공업, SK에너지, KB금융지주, 롯데쇼핑 등은 100위 밖으로 밀려났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전자와 자동차 철강 조선 화학 등 한국 대표 제조업의 경쟁력이 줄줄이 떨어지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다. 이에 반해 스마트폰에서 한국을 바짝 따라온 중국은 20조원의 펀드를 조성, 반도체산업까지 대대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일본은 엔저를 앞세운 아베노믹스로 자동차 등 기업 경쟁력 높이기에 안간힘이다. 도요타 순위가 6위에서 3위로 오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중·일 두 나라 모두 기업 경쟁력 강화와 관련산업 육성에 매진하고 있지만 한국만 손을 놓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내에는 아직도 반기업 정서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광풍은 지나갔지만 비우호적 경영환경은 그대로다. 온갖 형태의 기업규제는 외국기업 좋은 일만 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가 기업을 적극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뒷다리만 붙잡는 셈이다. 4년 후엔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벌써부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