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 10개월 닭고기 시장 점검…가공업체들 "가격 폭락해 내다버릴 판"
하림, 동우, 참프레, 올품 등 닭고기 가공·판매업체들이 농가에서 닭고기를 사들여 냉동 창고에 쌓아두는 방식으로 공급 조절에 나섰다. 올초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이후 감소한 닭고기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도 공급은 넘쳐나고 있어서다. 닭고기 업체들은 최악의 경우 쌓아둔 닭고기를 버릴 예정이다.

닭고기 업체들은 최근 닭고기수급조절협의회의 닭고기 공급 감축 결정에 따라 양계농가로부터 닭고기를 구매해 냉동 창고에 비축하기 시작했다고 19일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대한양계협회, 한국육계협회와 축산회사 대표, 소비자단체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닭고기수급조절협의회는 이달 300만~350만마리의 닭고기를 자율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10월 닭고기 공급 예상량의 6% 수준이다. 협의회 측은 “닭고기 산지가격이 생산비 이상으로 오를 때까지 기업들이 닭고기를 수매하기로 결정했다”며 “농식품부는 경영자금을 융자해주는 방식으로 측면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닭고기 1㎏당 평균 산지가격은 1238원을 기록했다. 양계협회가 추산하는 1㎏당 생산비 1600원에 한참 모자라는 가격이다. 닭고기 산지가격은 1년 전에 비해 27% 이상 떨어졌다. 소매가격 역시 1년 전 ㎏당 6393원에서 5259원으로 17% 이상 하락했다.

닭고기 가격이 폭락한 것은 올초 AI가 발생한 이후 줄어든 닭고기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서다. AI는 지난 1월 전북 고창군과 부안군에 있는 닭·오리 농가에서 처음 발생했다. 이후 닭 1200만마리를 폐사시키는 등 방역 당국이 발빠르게 움직였지만 위축된 소비심리는 쉽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양계농가들은 지난 6월 월드컵 시즌에 ‘치맥(치킨+맥주) 특수’ 등으로 닭고기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병아리를 늘렸지만 월드컵 열기가 금세 사라진 탓에 소비가 늘지 않아 공급 과잉 상태에 내몰렸다.

냉동 수입 닭고기의 공세도 국산 닭고기 값을 끌어내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닭고기 수입량은 9만5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6890t)보다 23.5%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연말이 돼도 닭고기 가격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달에는 ㎏당 가격이 1000원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닭고기 공급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단기 대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 부회장은 “냉동된 닭고기는 30~50일 후 재판매하는 게 보통”이라며 “연말까지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이번에 사들인 닭고기는 버려야 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달까지 냉동 비축될 것으로 전망되는 닭고기는 총 1099만마리 규모다. 지난해(483만마리)보다 2.2배 많은 수치다.

닭고기 가격 하락과 함께 계란값도 떨어지고 있다. 올해 10~11월 계란 10개의 산지가격은 지난해보다 20%가량 하락한 1150~1350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