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女性人力은 경제 재도약의 밑거름
한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저성장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중기 재정 전망에서 향후 5년간 잠재성장률이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3% 중반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저출산·고령화의 파고가 거세다. 한국은 1.19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평균 수명도 2012년 81세를 넘어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국가 반열에 진입했다. 2026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국가가 될 전망이다. 2014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노동시장 효율성은 86위로 떨어졌다. 노사협력, 고용 및 해고 관행 등 주요 노동지표는 100위권 밖이다. 서비스업 생산성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46~6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 경제가 저출산·고령화, 생산성 둔화 등 구조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4~5%대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소중한 경제자원인 여성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2013년 5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7.4%보다 낮다. 프랑스(60.4%), 미국(62.3%), 독일(68.9%) 등 선진국보다 크게 떨어지는 실정이다. 경력단절 여성이 전체 기혼 여성의 20%인 195만명에 달한다. 대졸 여성의 고용률은 60.5%로 OECD 평균 79.3%에 훨씬 못 미친다. 대졸 여성의 경력단절 비용도 연 3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불과 1.4%의 여성만이 체계적인 직업교육 혜택을 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여성이 정치·경제활동에 적극 참여할 때 사회의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며 여성의 사회 참여를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클린턴 재단이 주최한 여성권리 관련 글로벌 포럼에서 “여성이 자신의 웰빙을 추구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면 가정, 지역사회 및 국가가 피해를 본다”며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이 시급히 철폐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글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인 구글은 포천지가 선정한 ‘일하고 싶은 기업’ 1위다. 그러나 엔지니어의 83%, 중간관리자의 79%가 남성으로 마초 기업문화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 36명의 임원과 고위관리자 중 여성은 3명에 불과하다. 구글은 이런 ‘양성(兩性) 갭’을 없애고 여성의 채용 및 승진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전 직원 워크숍을 개최해 4만9000명을 교육시켰다. 우수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유급 출산휴가를 3개월에서 5개월로 확대했다. 라스즈로 보크 인사 담당 임원은 “의도적인 편견이 발견되면 반드시 책임을 물으려 한다”며 양성 평등을 위한 구글의 적극적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여성의 능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유리천장과 보이지 않는 편견을 타파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업 조사 기관 에퀼라에 따르면 미국 내 200대 고액연봉 최고경영자(CEO) 중 여성 비율은 5.8%이며 1000대 기업의 여성 CEO는 4.9%에 그치고 있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조사에 의하면 전 세계 36개국 3000여개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한국이 1.2%로 가장 낮다고 한다. 파키스탄(6.5%), 칠레(6.8%), 인도(7.1%)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사회 여성 이사 비중도 2.4%로 세 번째로 낮다.

결혼과 출산에 따른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경력단절을 겪으면 임금이 뚝 떨어지는 등 손실이 너무 크다. 58%가량의 여성이 결혼이나 임신·출산으로 일자리를 그만 둔 경험을 갖고 있다. 약 30%만이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일·가정 양립이 여성의 소득 창출 능력을 높이고 가정의 유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실증연구가 적지 않다. ‘21세기 자본’의 토마 피케티는 여성을 위해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을 펴는 것이 불평등 완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성이 경제 재도약의 불쏘시개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종구 < 한국폴리텍대 이사장·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