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첫 흑자…방만경영 꼬리표 떼겠다"
“올해는 코레일 출범 9년 만에 처음으로 맞는 흑자원년입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코레일 하면 떠오르던 파업·만성적자 이미지를 떨쳐내고 싶습니다.”

취임 1주년을 맞아 17일 코레일 서울본부에서 만난 최연혜 코레일 사장(사진)의 첫마디는 “코레일은 기업이다”였다. 올해 코레일의 예상 흑자 규모는 약 700억원. 올해 초 1500억원 적자를 예상했던 것에 비하면 2000억원 이상의 경영성과를 내는 셈이다.

최 사장은 특히 운행구간·시간별 빅데이터를 분석해 공실률을 줄이고 운임체계 효율성을 높이는 수익관리시스템(YMS)을 도입했다. 또 전국 125곳에 있던 화물역을 76개로 거점화하고, DMZ트레인·남도해양열차 등 관광상품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전국에 흩어져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던 부품·시설 재고를 전수조사해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줄였다.

최근 코레일 상황은 좋지 않다.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따른 방만경영 개선 과제를 놓고 노사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 노사는 70차례의 교섭 끝에 지난 8월 ‘퇴직금 산정 기준’을 제외한 25개 항목에 모두 합의하면서 다른 공기업들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철도노조 조합원총회에서 노사합의안을 놓고 집행부가 불신임됐고, 노조는 직무대행 체제를 이유로 ‘교섭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정부가 정해놓은 공공기관 정상화 중간평가 마지막날(지난 10일)을 넘겼다.

최 사장은 “공기업 사장이라는 자리는 인사권자의 뜻에 따를 뿐”이라며 “다만 1년을 하루같이 또 10년같이 직원들과 한마음으로 노력했고 이제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딱 한 가지 부분에서 합의가 안 돼 또다시 ‘코레일은 방만경영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을까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정해놓은 협상 시한을 넘겼지만 다행히 노조와의 교섭 테이블은 이달 중 마련될 전망이다. 인터뷰에 앞서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는 23일 새 집행부가 꾸려지면 퇴직금 산정 방식을 놓고 사측과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에게 지난 1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물었다. “4월 북한에 다녀왔습니다.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사장단 정례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열차를 타고 들어갔는데, 남북철도 연결에 대한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여행을 다녀와 ‘시베리아 횡단 철도’ 등의 책을 낼 정도로 유라시아 철도사업에 애착을 갖고 있는 최 사장은 4월 방북을 통해 2019년 OSJD 사장단회의의 서울 유치라는 성과를 거뒀다. 정회원 국가가 아닌 제휴회원국이 사장단 회의를 유치한 것은 처음이다.

노조 문제를 제외하면 코레일에는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무산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채무부존재 소송에서 이겼고, 인천공항철도 매각이 가시화되면서 고질적인 부채 문제 해결에도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안전과 더불어 코레일 최고의 가치는 흑자경영입니다. 수준 높은 철도 서비스는 물론이고, 직원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흑자경영은 필수조건입니다. 공기업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죠. 공기업도 기업입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