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앵이 빠져들었다 한국의 패션 스타일에
부부 디자이너 정혁서 배승연 씨는 최근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자신들의 디자이너 데님 브랜드 ‘SJYP’가 프랑스 3대 백화점 중 한 곳인 봉마르셰에 입점된다는 소식이었다. SJYP는 이들이 2006년 만든 ‘스티브J&요니P’의 데님 제품군을 확장해 지난 8월 론칭한 신생 브랜드다.

감각적이면서 경쾌한 디자인으로 데님이란 소재를 재해석해 론칭 49일 만에 깐깐하기로 유명한 봉마르셰의 높은 벽을 넘었다. SJYP의 2015 봄·여름 제품은 내년 상반기 봉마르셰의 자체 여성복 편집매장인 ‘뉴에이지 오브 컨템퍼러리 섹션’에 배치된다. 알렉산더 왕, 알렉산더 맥퀸, 톰 브라운, 크리스토퍼 케인, 3.1 필립림, 하이더 아크만 등 해외 신흥 명품 브랜드도 봉마르셰 2층에 있는 이곳에 자리잡은 상태다.

SK네트웍스의 ‘오즈세컨’도 오는 11월 SJYP와 같은 구역에 입점한다. 엘로디 아브리엘 봉마르셰 여성복 디렉터는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인상적인 컬렉션을 선보여 눈여겨봐 왔다”며 오즈세컨을 입점시킨 배경을 설명했다.

SJYP, 오즈세컨에 앞서 남성복 브랜드 ‘우영미’가 봉마르셰에 2006년 들어갔다. 국내 토종 브랜드로는 처음이었다. 우영미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브리오니, 휴고 보스, 버버리 등과 함께 지하 1층 남성관에 들어가 있다. 매장 크기는 외국 명품 업체들과 같다. 우영미 매장에서 만난 현지 소비자 앙투완 마르탱 씨는 “디자인이 군더더기 없고 우아해서 즐겨 입는다”고 말했다. 우영미는 이 외에 프랭탕백화점 자체 남성복 편집매장에 들어가 있으며, 마레지구에 단독 매장을 두고 있다.

디자이너 정욱준 씨의 남성복 브랜드 ‘준지’도 파리지앵이 선호하는 한국 명품이다. 준지는 최근 파리의 명품거리 생토노레가에 있는 고급 편집매장 레클레어에 들어갔다. 레클레어는 콜레트와 함께 패션의 본고장 파리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양대 편집매장이다.

준지는 에티엔마르셀가의 또 다른 유명 편집매장 카부키에도 들어가 있다. 프랑스의 르 피가로는 지난 6월 준지의 2015 봄·여름(S/S) 컬렉션에 대해 “파리의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 기술을 연상시키는 고도의 수작업이 돋보이는 마술 같은 디자인”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보마르셰 대로에 있는 유명 편집매장 메르시에서는 디자이너 최범석 씨의 남성복 브랜드 ‘제너럴 아이디어’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인근 프와투가의 톰그레이하운드 다운스테어스에서는 시스템(여성복), 시스템옴므(남성복), 덱케(잡화) 등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한섬의 토종 브랜드를 접할 수 있다. 톰그레이하운드는 3월 토종 편집매장 최초로 파리에 진출했다. 강치윤 한섬 파리 소장은 “시스템의 후드코트, 독특한 무늬의 덱케 핸드백을 현지인이 좋아한다”며 “조만간 토종 여성복 브랜드 타임 제품도 들여올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글/사진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