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휴대폰 명의도용 개통 뿌리뽑아야
어떤 일이나 행동의 주체로서 공식적으로 알리는 개인 또는 기관의 이름, 혹은 문서상의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이름. 국어사전에 나오는 ‘명의(名義)’란 단어의 뜻이다. 집이나 자동차 등의 물건들도 자신의 ‘명의’가 있어야 온전히 사회에서 자기 것으로 인정된다. 그 집이나 자동차의 권리와 책임이 자신에게 귀속된다는 의미다. 그러니 얼마나 소중하게 지켜야 할 것인가.

하지만 본인의 실수로, 돈 몇 푼에 자신의 명의가 다른 이에게 건네지는 경우가 생기면 모든 정상적인 일들이 비정상적으로 바뀌어 버린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대출이나 현금지급 등을 조건으로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악용하거나, 다른 사람의 이름을 도용해 휴대폰을 부정 개통한 행위는 5200건으로 피해액만도 27억9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내 명의로 휴대폰을 만들어 사용한다 해도 요금만 사용자가 낸다면 크게 문제될 것 없지 않은가’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부정 개통된 휴대폰은 대부분 불법 유통조직을 통해 ‘대포폰’으로 거래돼 스팸 발송, 소액결제, 보이스 피싱 등의 범죄수단으로 사용된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 때문에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올초부터 빈발하고 있는 카드사와 통신사 등의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타인 명의의 대포폰을 개통할 가능성이 다른 해에 비해 더 커진 상황이다.

미래부는 이런 비정상의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휴대폰 강대국의 명예와 기본이 바로선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다. 통신3사 중심으로 2005년 5월부터 휴대폰 개통 시 본인 명의의 모든 휴대폰으로 문자서비스를 보내 명의도용 시 본인이 즉시 알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인 ‘명의도용방지서비스(M-Safer)’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를 통해 무료로 시행하고 있다. 휴대폰이 없는 경우에는 M-Safer 홈페이지에서 ‘이메일 안내서비스’를 신청하면 신규 개통사실을 메일로 통보해 준다. 이 서비스는 지난 3월부터 알뜰폰(별정사업자·MVNO)까지 포함한 27개 전체 이동통신사업자로 확대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일이 생기고 난 다음 구제받는 것보다는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이다. 미래부는 이용자가 명의 도용에 의한 개통을 막을 수 있도록 휴대폰 가입 시 ‘가입신청서’에서 대리인 개통을 허용할지, 온라인 개통을 허용할지 등의 여부를 본인이 직접 결정할 것을 권했다. 사후단속 중심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미래부는 다양한 사전예방 차원의 대책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분실·도난 휴대폰을 다른 사람이 재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도난방지기술인 킬스위치(kill switch) 탑재를 권고해 삼성전자는 지난 4월 갤럭시S5 모델부터, LG전자는 5월에 이 기능을 탑재한 G3 모델을 선보였다. 또 자금 제공, 융통의 조건으로 타인 명의의 휴대폰을 넘겨받아 이용하거나 알선 및 중개, 권유, 광고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근거가 그동안 미비했던 점을 개선하고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법안을 상정해 지난 7월15일 법사위까지 통과했다.

남의 이름으로 휴대폰을 개통하고, 그걸 나쁜 일에 쓰는 비정상적인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정부에서는 이를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정부만 믿고 의지하는 것은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일이다. 명의(이름)는 권한과 책임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이름을 지키는 첨병은 바로 자신이 되는 게 당연하다. 오늘부터라도 꼼꼼히 챙기고 살펴보자. “이름님, 오늘도 안녕하신가요”라고 말이다.

노영규 <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