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허브’를 목표로 해 온 인천국제공항이 환승객 감소로 허브공항으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환승객 수는 허브공항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로, 환승객이 감소하면 허브공항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쪼그라드는 '동북아 허브' 인천공항
14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집계에 따르면 인천공항 환승객은 지난 1~9월 총 505만1714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6만4827명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공항 이용객 중 환승객 비중인 환승률도 평균 19%에서 15% 수준으로 4%포인트가량 떨어졌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전체 인천공항 이용객은 소폭 늘었지만 주요 지역별 환승 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이 수년 전부터 전략적으로 유치해 온 유럽과 아시아 등지의 환승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9월 유럽 노선의 인천공항 환승 이용객은 40만9992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4.1% 급감했다. 인천공항을 거쳐 일본과 중국으로 가는 환승객도 각각 6%, 3.3% 줄었다.

환승객 감소는 일본 중국 등 인접국과의 경쟁이 격화된 데 따른 것이다. 일본은 하네다공항을 신규 허브공항으로 육성하고 있고 중국은 미주 직항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 등 중동 항공사들은 저렴한 항공권을 내세워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유럽으로 가는 승객을 대상으로 두바이 경유 항공권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탓에 인천공항의 입지가 흔들리는데도 정부는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이 7개월 동안 비어있다가 최근 신임 사장이 임명됐고, 이달 초에야 환승률 현황 조사에 나서는 등 정부 대응이 안이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아/백승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