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결제서비스 개발 회사 ‘비바 리퍼블리카’의 멤버들. 왼쪽부터 이승건 대표(32), 이태양(28·앱 개발), 박광수(33·앱 개발), 양주영(35·최고운영책임자), 김민주(20·서버개발) 씨.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모바일 결제서비스 개발 회사 ‘비바 리퍼블리카’의 멤버들. 왼쪽부터 이승건 대표(32), 이태양(28·앱 개발), 박광수(33·앱 개발), 양주영(35·최고운영책임자), 김민주(20·서버개발) 씨.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은 샐러리맨 출신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86학번)를 졸업한 뒤 1997년 삼성SDS에 입사했다. 그가 삼성SDS에 근무하면서 만든 사내 벤처 ‘네이버컴’이 NHN의 전신이다. 이해진의 대학 동기인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도 삼성SDS에 몸담았던 ‘직장인’ 출신 기업가다.

‘샐러리맨 신화’는 직장인에게 희망을 주는 동화다. 성공한 기업가들의 이야기는 한국 사회 2000만 샐러리맨에게 한 번쯤 기업가의 꿈을 꾸게 한다.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지만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한때 무역회사(한성실업) 직원이었다. 윤석금 전 웅진그룹 회장은 백과사전 외판원,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쌍용양회 사원에서 시작해 대기업을 일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 기업가는 더 이상 선망의 대상이 아니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을 선호하고 대기업 샐러리맨에 안주하는 젊은이가 많아졌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기업가를 꿈꾸는 더 많은 청년이 나와야 한국의 장래가 밝다.

‘쉬운 일’ 박차고 2011년 창업…“기술력 있어 두려움은 없다”
연말께 결제 앱 ‘토스’ 서비스…“구글·다음카카오 넘어서겠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조그만 오피스텔. 책상 다섯 개와 회의실 하나가 전부인 이곳에 다섯 명의 젊은이가 회사를 차렸다. 창업멤버는 서울대 치대를 나온 공중보건의, 삼성전자 연구원, SK플래닛 개발자 출신 등이다. 속칭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들이다. 이 회사는 이승건 대표(32)가 2011년 차린 ‘비바 리퍼블리카(Viva Republica)’다. 비바 리퍼블리카는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앱) 업계의 ‘샛별’이다. 구글, 다음카카오 등 쟁쟁한 국내외 기업이 즐비한 모바일 결제 시장에 겁없이 도전장을 던졌다. 이 대표는 “쉬운 길을 선택하는 대신 기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어 창업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 모인 5인방

비바 리퍼블리카는 2011년 4월 문을 연 벤처다. 사명은 ‘공화국 만세’라는 뜻이다. 프랑스혁명(1789년 7월14일~1794년 7월27일) 당시 민중들이 외쳤던 구호다. 이 대표는 “파괴적인 혁신 서비스를 만들자는 취지로 지은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사명만큼이나 회사 멤버들도 특이하다. 창업자인 이 대표는 서울대 치대 출신(01학번)으로, 미국 치과의사 자격증 소지자다. 치과의사라는 안정적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데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IT에 있다”는 생각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모바일용 앱 개발담당 박광수 씨(33)는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왔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 양주영 씨(35)는 부산과학고와 KAIST를 졸업하고 엠파스, SK플래닛 등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일하다 합류했고, 이태양 씨(28)는 2011년 12월 NHN에 합격했지만 곧바로 비바 리퍼블리카를 선택했다. 서버 개발을 맡고 있는 김민주 씨(20)는 인도의 압텍(APTEC) 컴퓨터 아카데미 출신이다. 한국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교육과정만 이수한 그는 벤처 창업 노하우를 배울 목적으로 입사했다.

모두 ‘좋은 직장’, ‘편안한 삶’을 마다하고 무모한 도전을 선택한 것. 양씨는 “대기업은 재미없고, 돈을 적게 받더라도 ‘재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씨는 “남들이 모든 걸 이뤄놓은 조직이 아니라 내가 회사를 일궈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두렵지 않다

겁없이 도전했지만 초창기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맨 처음 개발한 인터넷 투표 앱(다보트)은 시장 수요가 적지 않았지만 다른 IT 대기업이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면서 1년여 만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돈 들어올 데가 없다 보니 월급을 못 받을 때도 허다했다. 실패를 거듭하던 중 이 대표와 멤버들은 작년 말 핀테크(fintech)에 도전했다. ‘핀테크’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송금·결제·자산관리 등 각종 금융서비스에 IT를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금융업이다. 기술력만은 자신이 있었기에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4개월을 공들여 올해 3월 개발한 앱이 ‘토스’다. 보내는 사람이 받는 사람의 전화번호만 알면 계좌번호를 몰라도 송금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대표는 “국내에선 스마트폰을 이용해 단돈 1만원이라도 이체하려면 6단계의 보안 인증을 거쳐야 하는데 ‘토스’는 이를 3단계로 줄였다”며 “지난 4월 5주간 진행한 시험테스트 때 5000명의 이용자가 1억원을 이체했다”고 설명했다.
[경제 대도약] 의사·대기업 때려치우고 모바일 결제시장 도전장 "실패하면 또 창업하죠"
실패? 다시 도전하면 된다

비바 리퍼블리카는 사업계획을 크게 잡았다. 연말 ‘토스’를 선보여 5년 안에 온라인 결제 이용자를 최소 30만명, 최대 100만명을 확보하겠다는 게 목표다. 지난해 온라인 결제금액은 50조원. 그중 ‘토스’ 잠재 시장인 무통장입금과 실시간 계좌이체 규모는 15조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전체 시장규모인 15조원 중 1%만 해도 1500억원”이라며 “목표대로 된다면 충분히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바 리퍼블리카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 대표는 “핀테크가 각광을 받으면서 애플, 다음카카오 등 큰 기업들이 잇따라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며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기술력으로는 우리가 최고라고 자신하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다”고 했다. 이 대표와 회사 멤버들에게 5년 이상 노력했는데도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실패하더라도 또 다른 창업 아이템을 찾아 다시 시작하면 되죠.”

■ 비바 리퍼블리카 멤버 이력

◆이승건(32·최고경영자)=서울대 치대 졸업, 삼성의료원 인턴 ◆박광수(33·앱 개발)=한양대 공대 졸업,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연구원 ◆양주영(35·최고운영책임자)=KAIST 졸업, NHN·SK플래닛 개발자 ◆이태양(28·앱 개발)=광운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졸업 ◆김민주(20·서버개발)=인도 압텍(APTEC) 컴퓨터 아카데미 졸업

■ 특별취재팀=이태명 팀장, 정인설(산업부) 전설리(IT과학부) 윤정현(증권부) 박신영(금융부) 전예진(정치부) 김주완(경제부) 임현우(생활경제부) 조미현(중소기업부) 양병훈(지식
사회부) 기자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