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쇼핑몰 경쟁
“이게 5프랑60상팀이면 밑지고 파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엄청난 여타 비용들은 전혀 포함되지 않은 거니까요.” “자네는 말이지, 여자들을 너무 몰라. 여자들은 이 실크를 서로 차지하려고 머리채를 잡고 싸우게 될 거야!” 에밀 졸라 소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에 나오는 대화다. 여자들의 욕망에 불을 지피는 미끼상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눈치 빠른 주인은 벌써 꿰뚫고 있다.

이 작품의 무대는 1852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백화점 봉 마르셰다. 파리 번화가에 있는 이 백화점은 귀족들의 사교 살롱을 흉내내며 베르사유궁에 버금가는 ‘소비의 궁전’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후 미국의 메이시, 영국의 휘틀리와 해러즈 등 각국 백화점이 전성기를 열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봉 마르셰보다 약 80년 늦은 1930년에 백화점이 등장했다. 일제 치하의 미쓰코시 경성점인데, 신세계백화점의 전신이다. 한국 자본으로는 1931년 박흥식이 세운 화신상회가 처음이다. 이듬해 그 옆에 들어선 동아백화점은 미모의 여사원을 고용해 ‘백화점 걸’ 시대를 열었으나 성 스캔들과 경영난으로 곧 화신에 인수되고 말았다.

이런 백화점이나 대형 면세점처럼 많은 물건을 한데 모아 파는 곳이 쇼핑몰이다. 매장면적 3000㎡ 이상인 쇼핑센터도 여기에 포함된다. 최초의 근대식 소핑몰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아케이드다. 1877년 완공된 이 쇼핑몰은 개선문 같은 아치형 정문과 대형 유리 지붕으로 유명했다. 지금은 쇼핑이 다양한 여가 활동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서양에서 ‘윈도 쇼핑’이라고 부르는 한국식 ‘아이 쇼핑’도 마찬가지다. 그것만으로도 원하는 상품을 구매한 것 같은 즐거움을 준다.

유난히 크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 기질 때문일까. 국내 쇼핑몰에는 기네스 기록이 많다. 부산의 신세계 센텀시티는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등재돼 있다. 어제 문을 연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은 연면적 42만8934㎡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이다. 영업면적만 축구장 47개 규모라니 대단하다. 세계 최대 규모인 두바이몰은 연면적 54만8000㎡에 연 7500만명이 몰린다고 한다.

물론 덩치만 크다고 좋은 건 아니다. 2005년 중국 광둥에 들어선 세계 최대 넓이의 뉴사우스차이나 쇼핑몰은 10년째 먼지를 뒤집어쓴 ‘데드 몰’로 전락했다. 최대의 실패사례다.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온라인쇼핑몰의 전방위 공격도 거세지고 있다. 쇼핑가의 전쟁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