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나 진보 성향 단체들의 단골메뉴 중 하나가 부자감세 철회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이후의 부자감세 기조 때문에 소득 양극화가 심화됐고 세수도 줄어들었다는 논리를 편다. 따라서 담뱃값이나 지방세 등을 올리는 대신 부자감세를 철회하면 세수도 늘고 서민 부담은 줄어드는 한편 사회정의도 실현된다고 주장한다. 과연 맞는 이야기일까.

기획재정부가 엊그제 공개한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효과’에 따르면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MB 정부 첫해인 2008년부터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까지 대기업의 세부담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10조9000억원 늘어났다. 2008년에만 23조7000억원 줄었을 뿐, 이후 지속적인 세법개정으로 지난해까지 매년 세부담이 늘어났고 기간 전체로는 결과적으로 대기업 증세가 이뤄졌다. 반면 중소기업의 세부담은 2008년부터 총 30조6000억원이나 줄었다.

소득세도 마찬가지다. 고소득층(상용근로자 평균 연봉의 150% 초과 소득자)의 세부담은 2008년에만 28조3000억원 줄었을 뿐, 이후 5년간 32조원의 증세로 지난해까지 순증세액이 4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반해 중산층 이하의 세부담은 같은 기간 30조6000억원 감소했다. 기재부의 통계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지난 6년간 부자감세가 아닌 부자증세가, 그리고 서민감세가 이뤄진 셈이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부자감세 철회를 요구한다. 이들이 말하는 부자감세는 MB 정부 초기 법인세율 3%포인트, 소득세율 2%포인트를 각각 내린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당시 법인세는 모든 기업에 일괄적으로 인하됐다. 소득세율 인하도 과표 8800만원 이하 소득자만이 대상이었다. 그보다 돈을 많이 버는 ‘부자’들은 대상이 아니었다. 부자감세도 아닌 것을 부자감세라고 우겨온 것이다. 더욱이 지난 정부 이후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의 세부담은 최저한세율의 인상 과 각종 감면제도의 폐지 등으로 되레 늘었다.

사실도 아닌 것을 아무 근거 없이 우기는 목소리가 넘쳐나고 그런 주장이 무방비로 확산되는 게 지금 우리 사회다. 일부는 국회를 거쳐 입법화되기까지 한다. 참으로 안타깝고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