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단통법 폐지만이 답이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즉 단통법 시행의 결과는 정부의 무분별한 시장개입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참사에 가까운 정책실패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은 거래가 되지 않고, 스마트폰을 다른 나라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초래됐는데도 정책당국자들은 시장이 반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니 두고보자는 말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제조사나 이통사가 가격을 할인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그것은 가격 경쟁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려는 이유이거나 재고를 시급히 처리할 필요가 있을 경우이다. 단통법은 할인 가격을 주간단위로 사전 공시하라고 강제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한 회사가 가격을 내려 공시하면 경쟁사는 그에 상응하거나 그보다 내려서 대응해야만 한다. 그러면 가격을 내리려는 회사는 가격만 내리고 고객을 확보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경쟁사들은 가격을 할인하지 않고 묵시적으로 동일한 가격으로 담합 아닌 담합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 나타난 흉내만 낸 최소한의 단말기 할인금액이 차이 없이 나타나는 이유이다. 이는 게임이론의 기초만 이해해도 충분하게 예상됐던 결과다.

두 번째로 가격할인을 하는 이유는 시급히 팔아치워야 할 이유가 존재할 경우이다. 마감 시간 가까이에 시장을 가면 그날 팔지 못한 생선을 대폭 할인하는 떨이상품을 볼 수 있다. 생선가게 주인은 할인을 해서라도 재고 처분을 하는 것이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마감 시간에 대폭 할인을 하지 말고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할인을 공시하고 하라는 것이 단통법이다. 이 경우 생선가게 주인은 모든 고객에게 할인을 하기는커녕 팔지 못한 생선을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다. 단통법은 이런 대폭할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즉 단통법은 가격을 할인할 두 가지 이유 모두를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무모한 규제는 제조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휴대폰도 생선과 비슷하다.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구형 모델을 시급히 처분해야 한다. 최근의 예를 들면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 6가 너무 잘 팔리면 삼성은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격할인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팬택의 경우와 같이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있을 경우나 시장에서 비교적 성공적이지 못한 재고를 빨리 처분하는 등의 제조사의 탄력적 가격정책 수단이 필요한데 이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출고가 자체를 내리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가를 내리는 것과 할인을 해서 시장가격을 내리는 것은 매우 다른 일이다. 즉 가격은 브랜드의 이미지와 밀접한 연관이 있고 한 번 내린 가격은 올리기 쉽지 않다. 또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의 내수 시장 비중이 크지 않은데 내수시장만 보고 가격을 결정하고 그것도 다 공개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협상력을 크게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단통법 지지자들은 단말기 보조금 경쟁을 억제하면 통신의 품질과 요금 경쟁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이동의 주요 요인이 최첨단 단말기이고, 요금은 초기투자가 크고 한계비용이 거의 없는 통신시장의 특성상 큰 차이를 내기가 어렵다. 이 법은 이통사의 ‘죄수의 딜레마’ 가격경쟁에서 정부가 구출해 준 결과 외에는 모든 시장 참가자에게 손해를 초래한 법이다.

시장에는 수많은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전기료처럼 독점적인 공기업이 공급하는 상품이 아니고는 시장가격을 경쟁사들이 사전 공개하고 팔라는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원천적으로 잘못된 단통법, 이제 실증적으로 그 오류가 증명됐다. 하루라도 빨리 폐지하는 것이 시장을 복원하는 길이고, 통신산업을 살리는 길이다.

이병태 < KAIST 경영대학 교수·컨슈머와치 운영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