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먼데이급 대폭락이 오나.’ 글로벌 금융시장이 ‘10월 징크스’에 긴장하고 있다. 부진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홍콩의 민주화 시위 등 지정학적·정치적 위험이 맞물리고 있어서다. 여기에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확산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킬 만한 악재까지 겹치면서 대공황 직전인 1929년과 블랙 먼데이가 있던 198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강타했던 1997년 10월처럼 글로벌 증시가 대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거물들도 미국 증시의 조정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부정적인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블랙스완 온다"…'10월 징크스'에 떠는 글로벌 금융시장
○지뢰밭 증시 연쇄 급락

이달 첫 거래일이었던 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일보다 1.40% 내린 16,804.71로 마감해 17,000선이 무너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32% 내린 1946.16, 나스닥지수 역시 1.59% 내린 4422.09로 장을 마쳤다. 부진한 유럽 제조업 지표와 중국 경제 둔화 전망 등이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글로벌 경제 둔화는 미국 기업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증시 급락을 부추겼다. 영국, 독일, 프랑스 증시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과 유럽 증시의 급락 여파로 2일 닛케이225지수는 2.61% 내린 15,661.99에 거래를 마쳤다. 16,000선이 깨진 것은 2주 만이다. CNBC는 “미국 증시가 최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상장 등 대형 호재에도 강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조정장이 나타나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미국 금융 중심가 월스트리트에서는 ‘10월 징크스’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역사적으로 기록될 만한 주가 대폭락은 우연히 모두 10월에 발생했다”고 말했다. 대공황의 시발점이었던 1929년 10월28일(-13%), 블랙 먼데이인 1987년 10월19일(-22.6%), 아시아 외환위기 여파로 폭락한 1997년 10월27일(-13%, 뉴욕 증시 다우지수 기준) 등이다.

우려의 근거는 많다. 우선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28일부터 열리는 회의를 통해 막대한 달러를 공급해온 양적 완화를 끝낼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기준금리 인상 논의도 본격화한다.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과 중국, 신흥국의 경제 성장률 둔화는 미국에 언제든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에볼라 환자가 미국에서 발견되고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격화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불안요인도 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 고조 또한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악재다.

○“외부 충격에 의한 대혼란 가능”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도 시장이 호조를 보이는 것은 거품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자기 만족에 빠져 꿈쩍하지 않지만 한순간에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루비니 교수는 중동 분쟁에 따른 테러 가능성, 홍콩 등의 정치적 분쟁, 유로존과 중국 등의 경제 둔화를 근거로 ‘검은 백조’(블랙 스완)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랙 스완은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 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말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느슨한 통화정책과 빡빡한 금융규제 등으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 달려들어 시장이 과열됐다”며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하면 미국에 대한 수출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고, 결국 유럽이 안정을 되찾는 데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켓워치는 “지금까지 10월은 항상 월스트리트에 도깨비 같은 시기였다”며 “과거 나쁜 기억을 갖고 있는 투자자 심리도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