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2일 오전 4시3분

자기관리리츠의 신규 상장이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 상장을 위한 형식적인 기준은 자본금 100억원이지만, 한국거래소에서 자체적인 상장 요건을 자본금 400억~500억원 이상, 운용자산 1000억원 이상으로 잡는 등 상장 문턱을 대폭 높였기 때문이다. 리츠 업계에서는 “사실상 상장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호텔임대·공급업을 영위하는 아벤트리자기관리리츠(이하 아벤트리리츠)가 지난달 12일 청구한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가 최근 미승인됐다. 경인개발전문자기관리리츠도 지난 7월 2년간 준비해온 상장 예비심사 승인이 거절당했다.

자기관리리츠 상장은 2012년 다산자기관리리츠 등 부실 리츠의 퇴출 이후 관련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2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현재 거래소에는 그 이전에 상장된 케이탑리츠, 광희개발리츠, 이코리아리츠, 에프지엔개발리츠 등 4개의 자기관리리츠가 상장돼 있다. 이 가운데 에프지엔개발리츠는 부정거래 행위로 인한 업무정지로 자산이 동결되면서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리츠업계에서는 거래소의 엄격한 상장 규제가 자기관리리츠를 고사 직전으로 몰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거래소는 사업 리스크가 큰 자기관리리츠의 상장이 주식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며 자본금이 400억~500억원을 넘고, 운용자산이 1000억원대인 자기관리리츠만 상장 승인을 해주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장을 준비 중인 자기관리리츠 중 거래소의 요건을 통과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자기관리리츠는 사업 승인 후 일정 기간 내에 상장하지 못할 경우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 상장 예비심사를 거절당한 아벤트리리츠는 자기관리리츠를 반납하고 일반회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김곤중 아벤트리리츠 대표는 “상장도 어려운 데다 부동산 취득세 감면 혜택도 내년이면 없어진다”며 “더 이상 자기관리리츠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의 엄격한 자기관리리츠 상장 규제가 정부 방침과도 상반된 행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3일 리츠의 개발사업 투자시기와 형태를 자율화하는 내용의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자기관리리츠의 상장 자체가 막히면서 개정안은 유명무실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 자기관리리츠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상법상의 주식회사다. 자산운용전문인력(상근 임직원)을 두고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자금을 모아 부동산 실물·대출 등에 직접 투자한 뒤 그 수익을 배분해준다. 자기관리리츠는 상근 임직원을 둔 실체가 있는 회사라는 점과 자산의 투자운용을 상근 임직원이 직접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페이퍼컴퍼니인 위탁관리리츠와 구분된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