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자영업, 탈출구를 찾아라] '김밥천국' 창업자 "오르막 뒤에 바로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그땐 프랜차이즈 사업의 속성을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냥 체인점 몇 개 내고, 거기서 수익을 잘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한때 전국을 강타했던 ‘김밥천국’의 최초 창업자 유인철 씨(55·사진)는 19년 전 자신의 창업기를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유씨는 1995년 인천시 주안동에 1000원짜리 김밥을 전문으로 파는 작은 점포를 차리면서 ‘김밥천국’의 모태를 만들었다. 주황 바탕에 노란 무늬가 들어간 현재도 널리 통용되고 있는 디자인의 간판도 내걸었다. 1000원 김밥 한 줄의 마진은 400원 수준이었다. 공장에서 재료를 납품받는 방식이 아니라 점포에서 직접 재료를 만드는 방식을 선택해 원가를 절감했다.

‘싸고 맛있는 김밥집’으로 소문나면서 점포 매출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나도 한 번 해보자’며 연락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김밥나라, 오가네김밥 등의 유사 브랜드도 그렇게 탄생했다.

유씨는 1998년 김밥천국 상표권을 신청했지만 ‘식별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2001년 ‘김밥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차린 이유다. 당시 가맹점은 100개. 김밥천국은 2002~2003년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다. 매장 순수익이 한 달에 2000만원에 달하는 점포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정점이었다. 바로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첫 번째는 상표권이 없다는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또 다른 ‘김밥천국’들의 난립이었다. “유사 점포의 음식 질이 나쁘면 소비자들이 우리에게 항의전화를 걸어왔어요. 하루가 다르게 이미지가 나빠지는 데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었어요.” 두 번째는 김밥천국 본사 내부의 문제였다. 변화하는 환경에 걸맞은 전략을 내놓지 못했다. 2010년 600개까지 늘어났던 김밥천국 가맹점은 지난해 350여개로 줄었다. 더 이상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유씨는 지난해 모든 지분을 처분하고 회사를 떠났다.

유씨는 현재 프리미엄 분식브랜드 ‘롤앤밥스’ 고문으로 있다. 밥이 적고 재료가 많은 고급형 김밥을 주력으로 하는 분식집이다. 유씨는 “과거 결실을 맺지 못했던 혁신적 이아디어를 롤앤밥스에서 구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