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대우관에서 열린 '연세대 상경대학 창립 100주년기념 강연'에서 특강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대우관에서 열린 '연세대 상경대학 창립 100주년기념 강연'에서 특강하고 있다/연합뉴스
"후배 세대에게 자랑스러운 '선진 한국'을 물려주고 싶었지만 우리는 아직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배 세대로서 이점을 미안하고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78)은 2일 오전 연세대 대우관 각당헌에서 열린 '연세대 상경대학 창립 100주년 기념 초청특강'에서 후배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연세대 경제학과 56학번인 김 전 회장은 원주캠퍼스 부지를 기증하는 등 모교에 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공개 강연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랜만에 교정에 들어서니 감회가 새롭다"며 운을 뗀 김 전 회장은 "밤늦은 시간 도서관에서 나와 백양로에 서서 멀리 하늘을 쳐다보면 마치 세상이 전부 내 것인 것처럼 자신감이 충만해졌었다"며 학창시절을 회상했다.

김 전 회장은 1960년 졸업 직후 무역회사인 한성실업에 입사했다가 7년 후인 31세 나이에 대우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대우실업을 창업했다. 자본금 500만 원과 직원 5명으로 시작한 대우실업을 30여년만에 자산 총액 76조를 웃도는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그의 '대우 신화'는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하지만 대우그룹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의 파도를 넘지 못하고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다 파국을 맞았다. 자신이 개발도상국인 한국의 마지막 세대일 줄 알았다는 그는 후배들에게 "세계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춰야 한다" 며 "자신감을 가지고 창조적으로 접근하면 선진국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를 언급하며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이 하라는 대로 하다 보니 우리 경제에 많은 불이익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고 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또 우리나라 경제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하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강한 제조업이 밑바탕이 돼야 하고, 경제활동에 필요한 크고 안정된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