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천연수'로 생수시장 본격 진출, 우유·라면·참치회사까지…6000억 '물 전쟁'
유업체인 남양유업의 요즘 임원회의는 생수 사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이원구 대표가 생수 사업 확대를 지시하며 “세부적인 진척 상황을 모두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현재 연간 매출이 100억원 남짓인 생수 사업을 내년까지 5배 이상 확대해 회사의 새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남양유업이 생수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생수 브랜드 ‘천연수’의 판매 호조에 고무돼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리뉴얼한 천연수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공장을 설립해 직접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한 별도 조직도 구성했다.

식품업체들이 생수 사업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물전쟁’이 치열하다. 생수 시장은 식품업계에서 성장성이 가장 좋은 분야 중 하나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은 공짜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사먹는 물이 몸에 좋다는 분위기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며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OEM 방식으로 ‘마신다’를 생산하는 동아오츠카는 지난 7월 경북 상주시 동부팜가야 생수공장을 인수해 직접 생산에 나섰다. 생수만 전문적으로 생산·유통하는 자회사를 세워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라면 1위 업체인 농심이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생수 브랜드 ‘백산수’다. 농심은 지난 6월부터 백두산의 먹는샘물 공장 증설 작업을 하고 있다. 투자비는 창사 이래 최대인 2000억원이다. 2015년까지 생산량을 125만t으로 늘려 국내외 생수 시장을 동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야쿠르트 계열의 라면 업체인 팔도는 ‘지리산 맑은샘’을 6년 만에 리뉴얼하고 용기 디자인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들도 최근 1~2년 새 자체상표(PB) 생수 브랜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생수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칠성과 동원F&B 등 식품업체들이 적극적으로 PB 생수 생산을 맡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생수는 공장 설립 초기에 수원지에 관을 설치하고 나면 별다른 생산비용이 들지 않는다”며 “많이 생산할수록 이득이 되기 때문에 OEM이나 PB 상품 생산이 활발한 편”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올해 생수 시장 규모는 6000억원대로, 지난해 5400억원에 비해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은 제주개발공사가 생산하고 광동제약이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삼다수가 43.8%로 1위를 기록했다. 아이시스 2종을 생산하는 롯데칠성음료가 8.8%, 평창수를 만드는 해태음료가 5.1%, 농심 백산수가 4.6%로 뒤를 이었다. 마트와 편의점의 PB 상품을 모두 합친 점유율은 16.9%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