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살린 美경기 회복] 되살아난 美경제, 한국 수출에 훈풍…中수출도 5개월만에 '반등'
9월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국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대(對)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9%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부진했던 철강 석유화학 제품 등도 모처럼 힘을 냈다. 수입 증가율도 2012년 2월 이후 3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표시 수출금액도 늘어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수출은 476억9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8%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수출 증가율은 올 들어 4월(8.9%)에 이어 두 번째였고, 하루평균 수출액(22억7000만달러)은 6월(22억8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원화 강세로 인해 지난 5월부터 감소세를 이어왔던 원화표시 수출도 지난달에 1.5%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이 급증한 건 9월 조업일수가 작년보다 하루 증가한 요인도 있지만 전통적인 주력 제품들의 수출이 활기를 띤 점이 주효했다. 철강은 1년 전에 비해 33.8% 늘었고 선박 일반기계 액정디바이스 등도 두 자릿수(10%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현대·기아자동차의 부분파업과 잔업·특근 거부에도 자동차 수출 역시 1년 전보다 6.9% 늘었다.

수입은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9월 수입은 443억3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8.0% 급증했다. 2012년 2월(23.9%) 이후 최고 증가폭이다. 2012년 2월엔 원유 등 원자재값 급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었지만, 올해 9월엔 원자재 자본재 소비재 등 전체적으로 수입이 증가한 것이란 설명이다.

소비재 수입 증가율은 1500cc 초과 가솔린자동차가 9.3%, 액정디바이스 18.3%로 집계됐으며 2500cc 이하 디젤자동차는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달 무역수지는 33억6100만달러 흑자로, 32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4분기 수출전망도 밝아

특이한 건 전체 수출의 28.6%(9월 기준)를 차지하며 한국의 수출 1위 국가인 중국에 대한 수출도 6.5% 늘었다는 점이다. 대중국 수출은 5월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한 이후 6월(-1.0%) 7월(-7.2%) 8월(-3.8%) 등 넉 달간 감소세가 이어져왔다.

하지만 미국 경기가 좋아지자 중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이 늘었고 덩달아 중국 수출기업에 반도체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의 중간재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의 수출도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미, 대중 수출이 늘어나자 한국 기업들이 저가 중국산이 대부분인 철강(23.5%)과 석유제품(12.6%) 가스(4.3%) 석탄(1.9%) 등 원자재뿐 아니라 반도체 제조용 장비(101.5%) 무선통신기기부품(81.6%) 등의 자본재 수입을 크게 늘렸다는 설명이다. 큰 폭의 수입 증가를 내수 활성화의 조짐으로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아직 경기 회복 국면을 맞이하지 못한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1년 전보다 5.1% 줄었고, 대일 수출 역시 6.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권평오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경제의 느린 회복과 엔화 약세 등 불안 요인이 있지만 4분기 수출도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품목이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 무역액이 역대 최고였던 2011년 1조790억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