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1~2週내 이사회 결의 후 통합 신청"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사진)이 1일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위한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노사 중재에 직접 나섰으나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의 불참으로 성과를 얻지 못했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노조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대화를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나금융은 노조와의 대화를 최대한 성사시키되, 결과에 관계없이 이달 중 이사회 의결을 거쳐 금융위원회에 두 은행 통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김 회장은 이날 두 은행 행장과 노조위원장에게 조기 통합을 위한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세 명은 참석했으나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불참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금융위가 중재에 나설 경우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조만간 김한조 외환은행장과 함께 노조 사무실에 찾아가겠다”며 “문전박대를 당하더라도 노력은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대화하러 나오면 대화를 통해 요구 조건을 맞춰갈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태 "1~2週내 이사회 결의 후 통합 신청"
김 회장은 노조와의 대화가 진전되지 않더라도 연내 통합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당초 오는 8일 이사회에서 통합을 의결하고 그 다음주쯤 금융위에 통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었으나 금융당국의 국정감사(15~16일) 일정을 감안해 조금 늦출 수도 있다”며 “이는 노사 대화와는 별개”라고 말했다. 노조 동의 없이도 통합을 추진할 계획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노조가 통합하지 말라고 해서 통합이 안 되는 건 아니다”며 “금융산업 환경이 악화되고 계좌이동제 등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가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노조와 대화를 시도하지 않은 게 아닌 만큼 심사는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금융위 중재 요구

김 회장은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노조에 대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조합원이 통합에 반대하는 외환은행 노조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는 등 직원들은 통합에 찬성하고 있다”며 “노조만 혼자 ‘벼랑끝 전술’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전날 노조가 금융위에 대화 중재를 신청한 것에 대해 “내부 문제를 계속 외부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며 “당국은 심사하고 허가하는 곳이지 중재하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외환은행 노사 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외환은행 경영진은 지난달 30일 대직원 메시지를 보내 “징계문제가 불거진 후 사측이 ‘노사공동선언문’을 몰래 제안했다는 노조의 거짓말은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직원 징계 철회와 노사공동선언문을 맞바꾸자고 제안했다는 게 노조 주장이지만, 이 문서는 지난 8월 초부터 노조에 제안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 문서에는 △두 은행의 1대 1 대등 통합 △직원 고용보장 △통합 후 3년간 인위적 인원감축 금지 △고용 및 단체협약의 포괄적 승계 △통합 전 대비 임금·복지의 불이익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