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창조경제시대] 이강덕 포항시장에게 듣는다 "포항을 창조도시로…첨단 과학기술 기반 강소기업 집중 육성"
‘철강도시’ ‘포스코’ ‘과메기’ 정도로만 알려진 경북 포항이 지속가능한 ‘창조경제 도시 포항’ 만들기에 나섰다. 포항제철 설립으로 상징되는 ‘영일만 신화’를 창조경제 도시 계획 추진을 통해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다. 포항은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를 중심으로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과 산업과학연구원(RIST) 등 첨단지식기반의 인프라와 고급 인적자원이 풍부하다. 내년 3월이면 수도권과 포항을 잇는 고속철도(KTX) 개통으로 획기적으로 향상되는 접근성을 앞세워 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창조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연구와 개발, 마케팅 등 창업지원에서부터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술주도형 ‘강소기업 육성’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이강덕 포항시장(52·사진)을 최근 집무실에서 만나 포항이 꿈꾸는 새로운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취임 3개월을 보낸 소감은.

“민선6기 시정목표를 ‘함께하는 변화, 도약하는 포항’으로 정했다. 변화와 협력, 그리고 도약이 핵심이다. 여기에 현장행정, 협력행정, 창조행정을 시정 방침으로 삼았다. 짧은 기간이지만 시정을 챙겨 보니 공무원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시민을 위한 행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시민과 함께하는 행정을 추진하겠다. 아울러 ‘보여주기식’의 관행에서 벗어나 시민과 지역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과감하게 추진하는 시정이 되도록 이끌어 나가겠다.”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은.

“모두가 위기라고 말하고, 모두가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위기 뒤에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했다. 기회를 잡기 위해 앞으로 시민들과 포항의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고 새로운 비전을 찾아내겠다. 앞으로 4년 동안 가장 우선적으로 포항의 체질을 바꾸는 데 주력하겠다. 포항이 가진 잠재력을 끌어내고 인재와 자원이 포항으로 몰려들게 하겠다. 창조경제를 기반으로 포항의 미래 먹거리를 잘 만들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

▶‘포항형 창조도시’ 건설을 강조했는데.

“최근 우리 사회 최고의 화두는 ‘경제 살리기’다. 정부도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수출 균형경제’를 중심으로 경제 살리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창조경제를 통한 역동적인 혁신경제’가 핵심으로 꼽힌다. 포항시 역시 민선 6기 출범과 함께 철강산업 일변도의 산업구조로 날로 침체해 가는 지역경제를 살리고 도시 재생을 위해 ‘창조도시’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조도시’는 도시의 성장과 쇠퇴 과정의 패러다임에서 나타난 개념으로 창조성이 도시에 반영돼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춘 도시를 말한다.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창조도시’ 건설은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산업구조 다변화 방안은 무엇인가.

“포항은 ‘영일만의 기적’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끈 역동적인 도시다. 그 중심에는 세계적 기업인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포항 경제에 강점이자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철강산업은 경기변동에 민감해 산업구조 고도화와 다변화가 시급하다. 기존의 철강에만 의존하던 철강 일변도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이미 확보하고 있는 장점을 살리면서 구미 경주 영덕 울릉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동해안의 물류 중심도시로 발전해야 한다.”

▶‘창조도시’ 건설을 위한 구상은.

“우선 사회 각 부분의 협력과 조정이 필요하다. 지난달 ‘창조도시’ 건설을 위한 추진협의체로 ‘창조도시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이어 강소기업 육성과 물류산업 육성, 해양관광산업 육성, 행복기반 조성 등의 4대 전략을 통해 ‘창조도시’를 만들어가기로 했다. 포항이 갖고 있는 세계 수준의 첨단과학 인프라를 활용해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강소기업’ 성장을 촉진함으로써 포스코 및 철강단지와 같은 규모의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창출할 계획이다. 앞으로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 시민단체 등 지역의 모든 경제주체들과 네트워킹을 통해 협력하고 역할을 분담할 생각이다.”

▶미래 먹거리로 강소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는데.

“철강산업 일변도의 포항의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을 적극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포항의 재도약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포항은 세계적인 첨단과학 연구소를 비롯해 수많은 연구기관과 수천명에 이르는 박사급 인재들이 있다. ‘강소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선진국 사례로 독일은 1990년대 중반까지 ‘유럽의 병자’로 불릴 만큼 경제적으로 취약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주요 7개국(G7) 중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변화됐다. 그 이면에는 1500여개가 넘는 강소기업이 있었다. 중소기업의 효율성이 높을수록, 대·중소기업 간 효율성 격차가 작을수록 국가 경쟁력은 높다. 포항이 창조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연구개발에서부터 기술사업화와 마케팅에 이르는 가치사슬상의 전 분야에 걸친 지원은 물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강소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강소기업 육성 전략은.

“강소기업 육성과 관련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창업 활성화 방안이다. 우리나라는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일반 기업에 비해 고용 증가율은 5배, 수출 증가율은 2배에 달하는 등 일자리나 수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기술창업이 일반창업에 비해 4분의 1 이상 감소하는 등 기술창업 열기가 많이 낮다.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있는 청년층의 창업과 성공을 돕기 위해 전문 투자회사와 실험실 공장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 포스텍동문기업협회(APGC)는 포스텍 구성원의 창업을 도와주는 기업연구소를 개소했다. 이미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 중인 포스텍 동문기업과의 협업과 창업에 필요한 각종 제반 서비스를 제공해 포스텍 구성원(학생 교수 연구원 등)이 초기에 혁신적인 기술과 사업을 안정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꿈꾸는 포항의 미래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시민들이 삶의 재미를 느끼고 포항에 살고 있는 것이 자랑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곳곳의 대규모 산업단지가 활발하게 돌아가고 그 안에 유수기업의 투자가 이뤄지는 포항, 포스텍을 비롯한 첨단연구단지를 밝히는 불빛으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포항,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밝고 건강한 포항, 어디를 가도 자연을 느끼고 편히 쉴 수 있는 녹색도시 포항,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아름다운 포항을 꿈꾸며 열심히 일할 생각이다. 모든 것이 바로 좋아질 수는 없다. 지금 힘들고 어렵더라도 시민 모두가 하나가 돼 더 노력한다면 반드시 꿈은 이뤄진다고 확신한다. ‘함께 꿈꾸면 더 쉽게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 53만 시민과 함께 꿈꾸면서 우리 포항의 미래를 설계하고 시정을 추진해 나가겠다.

[대구·경북 창조경제시대] 이강덕 포항시장에게 듣는다 "포항을 창조도시로…첨단 과학기술 기반 강소기업 집중 육성"
▶이강덕 시장은…
경찰대 1기 출신 첫 치안총감…해경청장때 급여 장학금 기부


1962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난 이강덕 포항시장은 경찰대(1기)를 나와 1985년 경위로 임용돼 일선 파출소장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경찰대 1기 졸업생 가운데 치안총감 계급까지 오른 인물은 이 시장이 유일하다.

김대중 정부 때 총경으로, 노무현 정부 때 경무관으로 진급하며 국정을 기획했으며 치안행정의 최고 계급인 치안총감까지 지냈다. 30여년간의 공직생활을 통해 리더십과 행정 능력을 인정받았다. 부산지방경찰청장 재직 당시 여중생을 납치, 살해한 김길태 사건을 처리하고 ‘성폭력 범죄와의 전쟁’을 주도해 큰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양경찰청장에서 퇴임하면서 청장 재직 기간에 받은 급여 7030만원 전액을 해경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30여년간 전국을 돌며 성공한 도시를 경영한 시장, 도지사들로부터 도시경영과 도시행정에 대한 노하우와 비법을 배우고 익혔다.

▶약력
△경북 포항
△달성고
△경찰대 법학과, 고려대 대학원
△포항남부경찰서장
△서울지방경찰청장(26대)
△해양경찰청 청장(12대)
△포항시장(7대)


포항=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