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이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던 NHN엔터 지분 전량(9.54%·약 1157억원)을 매입했다. 이 회장은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갖고 있는 NHN엔터 지분 4.64%도 사들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회장은 보유 중인 네이버 주식 30만여주(약 2400억원)를 매각해 이번 주식 취득 자금을 마련했다.

네이버와의 이번 거래로 이 회장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NHN엔터 지분 3.74%에 9.54%를 더해 총 13.28%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여기에 이 의장이 보유한 주식까지 사들이면 지분율은 17.92%까지 확대된다.
네이버 지분 팔고…이준호의 NHN엔터 '홀로서기'
인터넷업계에서는 그동안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NHN엔터 지분율이 낮아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NHN엔터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지분 매입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호, NHN엔터 경영권 강화

이 회장은 지난 29일 증시 마감 후 보유하고 있던 네이버 주식 123만주 가운데 약 30만주(0.9%)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매각가격은 전날 종가(83만원)에 3% 할인율을 적용한 24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네이버 주식을 판 돈으로 NHN엔터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올렸다. 이 회장의 NHN엔터 지분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3.74%였다. 회장이자 이사회 의장이지만 3대 주주에 그쳤다. 그동안 NHN엔터의 최대주주는 네이버(9.54%)였다. 이 의장도 4.64%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 관련 지분이 14.18%에 이른다. 네이버 측은 경영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 중이지만, 이 회장이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지분 취득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네이버-NHN엔터, 결별 마무리

지난해 8월 네이버와 NHN엔터로 분리된 두 회사는 서로의 지분 정리에 나서며 확실한 독립 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모양새다. 분할 1년여 만에 ‘결별’ 절차를 최종 마무리하며 각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앞서 이 의장과 이 회장은 각각 NHN엔터와 네이버 등기이사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이번 매각 결정과 관련해 “모바일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각자 사업 영역의 전문성과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 분할 결정의 연장선에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 역시 NHN엔터 지분을 정리한 자금으로 자사주 취득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회장 포함) 지분이 다 합쳐 9.01%였다. 이번 이 회장의 지분 매각에 따라 경영권 강화를 위해서는 자사주 매입이 필요할 것으로 인터넷업계는 보고 있다.

조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거 NHN이 인적 분할을 통해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로 나뉜 만큼 겉으로는 각각 독자 경영을 하고 있는데 지분 구조를 보면 그렇지 않았다”며 “시장은 언젠가 지분을 정리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카카오 합병과도 맞물려

시장에선 네이버와 NHN엔터의 지분 정리 시기가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과 맞물린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5월 합병 계획을 발표한 다음과 카카오는 4개월여의 준비 작업을 마치고 1일 공식 출범한다. 다음카카오의 시가총액 규모는 10조원대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카카오는 공식 출범 이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가입자를 기반으로 검색 제왕 네이버와 전면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큰 싸움을 앞두고 네이버도 체제를 정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임근호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