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인되는 바캉스호 > 30일 오전 전남 신안군 홍도 인근 해상에서 좌초한 유람선 바캉스호가 홍도항으로 예인되고 있다. 이 배에는 승객과 승무원 등 110명이 탔으나 최초 신고 접수 28분 만인 오전 9시40분께 전원 구조됐다. 연합뉴스
< 예인되는 바캉스호 > 30일 오전 전남 신안군 홍도 인근 해상에서 좌초한 유람선 바캉스호가 홍도항으로 예인되고 있다. 이 배에는 승객과 승무원 등 110명이 탔으나 최초 신고 접수 28분 만인 오전 9시40분께 전원 구조됐다. 연합뉴스
전남 신안군 홍도 해상에서 30일 승객과 승무원 110명이 탄 유람선이 좌초했으나 탑승객 전원이 구조됐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와 달리 승무원과 해경 및 주변 선박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최초 신고 28분 만에 구조를 마쳤다. 하지만 사고 유람선이 세월호보다 7년이나 낡은 배로, 운항 허가 당시부터 사고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끝까지 배 지킨 승무원들

또 노후 선박…주민 '운항 중단' 탄원 냈었다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14분께 신안군 흑산면 홍도 동쪽 110m 해상에서 신안선적 171t 유람선 바캉스호(정원 355명)가 운항 도중 좌초됐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이 배에는 관광객 105명과 승무원 5명 등 총 110명이 탑승했다. 유한회사 홍도크루즈협업이 매일 세 차례(운항시간 2시간30분) 운항해 온 이 유람선은 이날 오전 7시20분께 홍도선착장을 출발해 홍도 해상일주 관광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사고를 처음 신고한 이모씨(50)는 “파도가 높게 치는 상황에서 유람선이 해상 기암괴석인 만물상에 가까이 다가가던 중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멈췄다”며 “이 충격으로 옆에 있던 승객이 넘어져 머리를 다치는 등 배 안이 일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고 전했다. 배가 좌초되자 선원들은 선장의 지시에 따라 신속히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전파했다. 이들은 우왕좌왕하는 승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주며 “맨 위층으로 올라가라”고 침착하게 대피를 유도했다.

신고를 받은 해경은 경비함정 3척과 해군·경찰·119 헬기 5대, 유람선 3척과 어선 2척 등을 동원해 사고 발생 28분 만인 오전 9시42분께 탑승객 110명 전원을 구조했다. 해경 상황실은 좌초된 유람선 위치가 홍도항에서 동쪽으로 100여m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홍도출장소 등에 “인근 어선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경비함정에도 신속한 출동명령을 내렸다. 특히 바캉스호의 선장과 선원 5명은 승객들이 전원 구조될 때까지 유람선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지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보다 7년 낡은 노후 여객선

좌초된 사고 선박은 선수 쪽에 구멍이 뚫려 20%가량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으며 대형바지선에 의해 홍도항으로 예인됐다. 구조된 탑승자들은 홍도를 거쳐 목포항으로 이송됐으며 이 중 정모씨(58·여) 등 10여명이 타박상 등 부상을 입고 목포 한국병원 등지에서 치료를 받았다.

사고 선박은 1987년 7월 일본에서 건조돼 선령이 27년이 넘은 노후 여객선이다. 1994년 건조된 세월호보다 7년이나 더 낡은 선박이다. 홍도크루즈협업은 이 배를 일본에서 인수해 증개축 작업을 거쳐 승선 정원을 350명에서 500명으로 늘린 후 지난 5월 해경의 운항 허가를 받았다. 면허기간은 5월부터 2023년 4월까지 10년간이다.

김정남 홍도리 청년회장 등 홍도주민 75명은 운항 허가 당시 “여객선을 무리하게 증축해 유람선으로 운항할 경우 제2의 세월호 사고가 우려된다”며 해경에 선박운항을 허가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선박정원이 355명으로 감축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도에서는 1985년 7월 37명을 태운 관광유람선 신안2호가 기관 고장으로 표류 중 암초에 부딪혀 침몰하면서 승객 18명이 숨지는 등 크고 작은 유람선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목포=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