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문서작성 소프트웨어를 20년 만에 ‘정음 글로벌(옛 훈민정음)’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워드’로 바꾸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1994년부터 자체 개발한 정음 글로벌을 공식 문서작성 프로그램으로 채택해왔다. 삼성전자에 이어 다른 삼성 계열사도 순차적으로 MS워드로 전환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30일 “올해 말까지 사내에서 3개월간 정음 글로벌과 MS워드를 병행 사용한 뒤 내년 1월1일부터 MS워드만 사용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정음 글로벌이 외국인 직원들에게는 생소한 프로그램이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다양한 사무기기 운영체제(OS)를 아우르는 스마트 업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MS워드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하고 엑셀, 파워포인트 등 다른 업무용 소프트웨어와 완벽하게 호환되는 게 장점이다.

삼성전자는 정음 글로벌 판매 및 제품 업그레이드도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현재 정음 글로벌을 사용하는 소비자에 대해선 2019년 말까지 전담 고객센터를 운영해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지난 23일 이재용 부회장과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의 만남 이후 이뤄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바꾸는 대신 스마트폰 특허와 관련한 MS와의 로열티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문서 프로그램 전환은 나델라 CEO 방한 전부터 검토해 왔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