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차이코프스키 '만프레드 교향곡'
지난 27일 유니버설발레단의 작품 ‘춘향’을 봤다. 2007년 초연, 2009년 개정에 이은 전면 개정판이다. 당초 작곡된 음악을 포기하고 차이코프스키의 덜 알려진 곡들을 편집해 대체했다. 존 크랭코의 드라마 발레 ‘오네긴’(1965)이 택했던 탁월한 방식이다.

가장 자주 등장한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번호 없는 교향곡 ‘만프레드’(1885)다. 바이런이 쓴 극시의 내용을 베를리오즈와 비슷한 방식으로 묘사한 표제음악이다. 4개 악장에서 두루 발췌됐다. 선율도 멋지고 내용도 풍부하지만 의외로 덜 알려진 것이 아쉬웠던 곡인데 이번에 큰 효과를 봤다.

한국화와 서예가 어우러진 무대장치, 모던한 세련미로 변형된 한복 의상과 차이코프스키 음악이 잘 어울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발레가 결여하기 쉬운 드라마틱한 면을 풍부하게 살려줬다. 무용의 절반은 음악이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한 순간이었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