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부채·低성장 세계 경제…다시 위기 빠질 수도"
사상 최대 수준의 부채와 성장 둔화라는 ‘유독성 조합(poisonous combination)’이 세계 경제를 다시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위스 국제통화금융연구센터(ICMB) 의뢰로 중앙은행 고위 간부 출신 세 명을 포함한 경제 전문가들이 작성한 제16차 연례 ‘제네바 리포트’가 이같이 경고했다고 29일 보도했다. 보고서는 가계와 기업, 정부가 부채를 상환하고 또 다른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전 세계 금리가 장기간 낮은 상태를 유지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다음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를 앞두고 나왔다. FT는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과 함께 미약한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런 경고가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미국 등에서 금융부문 부채 부담은 줄어들고, 선진국의 가계소득 대비 부채 비중이 증가세를 멈췄으나 선진국 공공부문과 중국 등 신흥국의 민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001년 160%였으나 금융위기가 강타했던 2009년 200%에 육박했고, 지난해에는 215%까지 확대됐다. 보고서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전 세계는 아직 부채 축소에 나서지 않았다”며 “세계 GDP 대비 총 부채 비율은 계속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 저자들은 전 세계의 저금리 기조가 시장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채가 늘어 차입자들이 빠른 금리 인상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차입 비용이 낮은 상황에서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각국이 좀 더 직접적인 차입 제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높은 부채를 안고 있는 저성장 국가 중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남부 국가들과 중국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전망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