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5배 불어난 고척 돔구장…완공 또 미뤄졌다
내년 2월로 예정됐던 국내 최초 돔야구장인 서울 고척돔의 완공이 내년 6월로 늦춰졌다. 2008년 착공 이후 네 번째 연기다. 내년 프로야구 시즌 개막에 맞춰 넥센 히어로즈를 홈구단으로 유치해 프로야구 경기를 열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무산됐다.

공사비 5배 불어난 고척 돔구장…완공 또 미뤄졌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스카이박스, 클럽룸 등 프로야구 경기에 필요한 시설의 설계변경이 진행되면서 최근 몇 달 동안 공사가 중단됐다”며 “계획보다 4개월 늦어진 내년 6월 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2010년 말 완공될 예정이던 고척돔은 2011년 말, 2014년 9월, 내년 2월로 완공이 세 차례 연기됐다. 서울시는 2007년 3월 사업비 529억원을 들여 이곳에 하프돔구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뒤 이듬해 4월 착공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2009년 4월 지붕을 모두 덮는 전면돔으로 계획을 바꿨다. 2009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준우승한 것을 계기로 전면돔구장에 대한 야구계의 요구가 커지자 이를 수용한 것이다. 이후 교통대책 수립과 보행자 전용도로 공사 등이 추가되면서 사업비는 529억원에서 7년 동안 2417억원으로 다섯 배가량으로 불어났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인프라 사업이지만 공사 기간에 사업비가 다섯 배로 늘어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고척돔은 계획 수립 때 면밀한 검토 없이 추진된 대표적인 포퓰리즘 사업”이라며 “공사 진행 중에 설계가 여러 차례 수정되면서 사업비가 늘어나고 공사 기간이 연장됐다”고 지적했다.

완공이 내년 6월 이후로 또다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양천로 데크(주차장) 건설, 비행기 소음 방지 공사 등이 추가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열린 고척돔 공사 긴급 현안 회의에서 공사를 맡은 도시기반시설본부는 내년 6월 말 완공 목표를 맞추기 위해선 앞으로 어떤 추가 변경 사항도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서울시의 목표대로 내년 6월 완공하더라도 고척돔을 활용할 방안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애초 서울시는 목동에 연고지를 둔 넥센 구단과 이달 중 연고지 이전에 대한 정식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광고를 비롯한 구장 운영권 문제를 놓고 양측의 의견이 맞서면서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넥센 측은 고척돔 이전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넥센 구단 유치에 실패할 경우 서울시는 연간 1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유지비를 시민 세금으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현재 넥센 측과의 협상은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고척돔 활용을 위한 용역이 조만간 나오면 이에 맞춰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