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재테크' 된 ELS…퇴직연금 빨아들이며 50조로 커져
‘껍데기는 펀드와 신탁, 알맹이는 주가연계증권(ELS)’. 최근 증권사와 은행, 보험사 등에서 판매하는 재테크 상품 중 상당수가 ELS 변형 상품으로 메워지고 있다. 시중 금리가 떨어진 데다 주식시장도 지지부진해, ELS를 활용하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률을 맞추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반기 들어 ELS 시장 규모가 급증한 것도 저금리로 은행에서 자금을 뺀 개인 투자자, 새로운 자산 운용 방식을 찾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급증하는 ‘사모 ELS’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월 4조2153억원이었던 ELS 판매액은 7월 5조3735억원, 8월 6조4483억원, 9월(26일 마감 기준) 7조432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ELS 발행잔액은 50조1475억원이며 연말까지 60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국내 백화점(연 30조원) 시장의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9월 들어 ELS 시장에 생긴 변화는 사모 ELS의 약진이다. 공모 ELS 판매액은 3조8000억원 안팎으로 엇비슷한 가운데 사모 ELS 판매액이 8월 2조6144억원에서 9월 3조6224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통상 공모 ELS 발행 규모는 상품당 100억~200억원 선이지만 이달 들어 발행 규모가 1000억원이 넘는 매머드급 사모 상품들이 잇따라 팔려나갔다”며 “판매액이 큰 물량들은 퇴직연금, 특정금전신탁 등을 겨냥한 맞춤형 사모 상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퇴직연금을 전환하고 있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사모 형태로 ELS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LS 같은 상품 없나요?”

지난달부터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펀드 형태의 ELS 상품을 내놓은 것도 사모 ELS 시장을 키웠다는 평가다. 여러 개의 ELS에 동시에 투자하며 주식형 펀드처럼 투자자가 원하는 시기에 펀드를 해약할 수 있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 동안 투자금이 묶이는 기존 ELS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전세금처럼 특정 시기에 반드시 현금화해야 하는 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ELS 상품을 고르는 데 익숙지 않거나 자금 운용 기간이 1년 정도로 짧은 투자자들이 이용해볼 만하다”며 “수수료가 다소 비싸고 손익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ELS와 같은 ‘중위험 중수익’ 상품의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연 4% 안팎의 이자를 주는 환매조건부채권(RP)이 대표적인 예다.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등이 매달 400억원 안팎의 채권을 판매하고 있다. 시장에 내놓자마자 ‘완판’되는 일이 반복되자 최근에는 자사 재테크 상품에 계약한 고객으로 판매 대상을 제한했다.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중국 위안화 예금 등도 연 3%의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상품으로 꼽힌다.

■ ELS(주가연계증권)

코스피200 같은 지수나 개별 종목 주가 등과 연계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상품이다. 사전에 정한 2~3개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 때까지 계약 시점보다 40~50%가량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형식이 일반적이다. 연 7% 안팎의 수익을 노릴 수 있어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꼽힌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