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은 ‘산(山)은 후지산(富士山), 악(嶽)은 온타케산(御嶽山)’이라고 흔히 말한다. 해발 3067m인 온타케산은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바위산이다. 3대 영산(靈山)의 하나로 꼽힐 만큼 신령스런 산이기도 하다. 등산길 곳곳에서 불상을 찾을 수 있고 정상에는 신사(神社)가 있다. 등산객 중에선 하얀 옷을 입은 일본 신토의 신자들도 많다고 한다. 이 산을 두고 ‘페이지를 다 채우지 못한 자연의 웅대한 선물’이라고 표현한 일본 작가도 있다.

이 산은 초심자도 쉽게 등반할 수 있어 가족 동반이 많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산등성이까지 로프웨이 시설도 구비돼 있다. 연간 등산자가 10만명이 넘는다. 특히 단풍이 빼어나 가을철엔 등산객들로 넘쳐난다. 한국에서도 일본 명산 등반 투어에 꼭 포함되는 산이다.

온타케산은 원래 역사에서 화산 활동 기록이 전혀 없어 일본 화산학계에선 사화산(死火山)으로 구분돼 있었다. 하지만 1979년 연기를 내뿜고 분화활동을 해 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일본 학계는 사화산이나 휴화산의 개념을 없애고 활화산 범위를 1만년으로 넓혔다. 대신 일본의 화산 110개를 위험도에 따라 A, B, C급으로 분류했다. 과거 100년간 여러 번 폭발이 있었고 잠재적으로 리스크를 갖고 있는 화산 13개를 A급으로 간주했다. 1990년 대폭발이 있었던 일본 나가사키의 운젠다케나 아소산 등을 모두 A급으로 인정했다. 정작 온타케산은 한 번 분화가 있었고 그나마 규모가 작아 B급에 포함됐다.

온타케 화산이 그제 다시 폭발했다. 이전 폭발보다 훨씬 큰 분화다. 연기기둥이 800m까지 솟아 올랐다고 한다. 갑작스런 폭발로 사고 범위가 예상외로 큰 분위기다. 더구나 등산객이 많은 가을철 주말 분화로 수십명이 사망하거나 크게 다친 상태라고 한다. 항공기가 제때 운항되지 못하는 등 경제적 타격도 있는 모양이다. B급에 속하는 온타케 화산이 폭발한 만큼 일본열도가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일본 기상청마저 폭발이 일어나기 10여일 전 지진활동이 몇 차례 있었지만 곧 잦아들어 화산활동을 미리 감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백두산도 활화산이다. 북한과 함께 백두산을 연구한 영국의 연구진이 가까운 장래에 화산이 폭발할 가능성은 작다고 최근 밝혔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화산만이 아니라 지진이나 태풍 폭설 등 예측할 수 없는 게 대자연의 변화다. 자연 재해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밖에 없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