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홍콩] 아시아 최대 핼러윈 축체
가슴 뚫린 시체가 누워 있고 잘려진 사람의 팔다리가 빨래처럼 줄에 널려 있는 밀실. 어딘가 설치된 스피커에서 “이 방에서 나가려면 숨겨진 열쇠를 찾으라”고 지시한다. 방 곳곳을 둘러봐도 열쇠는 보이지 않는다. 머뭇거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피로 범벅된 시체의 가슴 속으로 손을 들이밀어 봤다. 차가운 금속성 물질이 만져졌다. 폐쇄회로TV(CCTV)에 열쇠를 비추자 잠겨 있던 문이 열리며 다음 밀실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는 비커에 구더기가 우글거리는 음산한 실험실이 기다리고 있다.

홍콩의 해양테마공원 오션파크에서는 올가을 핼러윈 축제 기간에 ‘납량특집'을 대거 경험할 수 있다. 관람객들이 공포 임무를 직접 수행하는 ‘H14’을 비롯해 이른바 ‘귀신의 집’ 같은 시설만 다 거쳐도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정도다. 갖가지 종류의 귀신과 괴물, 좀비, 시체들이 때론 괴기스럽게, 때론 우스꽝스럽게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아시아 최대의 핼러윈 행사를 만끽하고 싶다면 홍콩으로 가보자.
ㅙㄹ러윈 축제가 열리는 홍콩 오션파크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관광객들.
ㅙㄹ러윈 축제가 열리는 홍콩 오션파크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관광객들.
가을에 만나는 ‘납량특집’

오션파크의 핼러윈 축제는 10월2일부터 핼러윈‘ 당일인 31일까지 펼쳐진다. 오션파크는 축제 기간에만 운영하는 7개의 공포체험 시설을 새로 만들었다. 이 가운데 가장 무섭다는 평가를 받는 시설은 ‘H14’이다.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4~6명이 한 팀을 이뤄 연속돼 있는 밀실을 각기 다른 임무를 수행하며 통과해야 한다. 마치 공포영화 ‘쏘우’의 주인공이 돼 자신을 가둔 자와 두뇌 게임을 벌이는 듯한 체험이다. 시체 모형에서 직접 열쇠를 꺼내거나 어둡고 좁은 굴을 기어 빠져나와야 하는 등의 난관이 줄을 잇는다. 공포의 강도가 센 만큼 16세 이상만 입장할 수 있다. 오션파크 홈페이지(oceanpark.com.hk)에서 온라인으로 예약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예약할 때 자신이 원하는 공포 요소(피, 머리카락 등)를 기재하면 프로그램 제작에 반영해 준다.
공포영화의 단골 손님인 강시로 분장한 홍콩 오션파크 직원들.
공포영화의 단골 손님인 강시로 분장한 홍콩 오션파크 직원들.
홍콩 공포영화 주요 소재인 ‘강시’가 오션파크의 핼러윈에서 빠질 수 없다. ‘리거 모티스(Rigor Mortis)’는 홍콩의 유명 공포영화 감독인 주노막이 제작에 참여한 공포체험 시설이다. 강시 영화에 나오는 주요 장면들이 세트로 재현돼 있다.

귀여운 일본 귀신들을 만나려면 ‘오싹한 일본여행(Eerie Nippon Journey)’을 방문하면 된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외눈박이 소녀 귀신, 스시 주방장 귀신 등이 나와 장난을 건다.

도라에몽과 함께하는 핼러윈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놀이시설로는 ‘도라에몽 핼러윈 파티’가 있다. 일본의 유명 만화 캐릭터인 도라에몽과 그의 친구들이 핼러윈 분장을 하고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도라에몽 인형탈을 쓴 직원과의 사진 촬영은 아이들의 ‘필수 코스'다. 만화 속의 유명한 소품인 ‘타임머신’과 ‘어디로든 문’(가고 싶은 곳에는 어디든 데려다 주는 문)도 설치돼 꼬마팬의 눈길을 끈다. ‘팬텀 스튜디오’도 온가족이 함께 즐길 만하다. 이곳에서는 관람객들이 주인공이 돼 공포영화를 찍을 수 있다.

핼러윈 기간에는 특별공연도 열린다. ‘스케어모니(Scaremonies)’ 쇼에서는 발광선(EL)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화려한 댄스를 감상할 수 있다.
핼러윈 기간에는 갖가지 종류의 귀신과 괴물 등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핼러윈 기간에는 갖가지 종류의 귀신과 괴물 등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1000명의 공포 캐릭터

오션파크의 핼러윈 축제는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했다. 오션파크는 2000년 핼러윈 축제를 처음 시작했다. 여름 휴가철과 크리스마스 시즌 사이의 가을 비수기에 관람객들을 끌어모을 이벤트로 마련했다. 처음에는 공포체험 시설 1개만 운영했는데도 관람객들이 이전보다 2배로 늘어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오션파크는 이후 매년 핼러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비비안 리 오션파크 영업담당이사는 “핼러윈 때는 1년 중에서 여름 휴가철에 이어 두 번째로 관람객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해마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제작팀을 초청해 행사의 전체적인 콘셉트를 함께 기획한다”며 “공포체험 시설을 새로 짓는 데만 매년 수백억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션파크 입장료는 성인은 320홍콩달러(약 4만3000원), 11세 이하 어린이는 반값인 160홍콩달러다. 핼러윈 축제 우대권을 구입하면 지정된 16개 놀이시설에 우선적으로 입장할 수 있고, 기념품도 받을 수 있다. 우대권은 성인 628홍콩달러(약 8만5000원), 어린이 314홍콩달러. 운영시간은 오전 10시~오후 11시. 일반인들은 핼러윈 기간 가운데 10월2~5일, 10~12일, 17~19일, 23~26일, 30~31일에만 이용할 수 있다.

홍콩=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