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세 급락…원자재 투자 기회 왔나…농산물 30% 하락…밀보다 커피·코코아 주목
농산물과 원자재 투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달러화 강세와 수요 감소 여파로 농산물과 원자재값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농산물은 최근 5년, 은(銀)은 4년 최저가를 기록 중인 만큼 지난해 평균 수준으로만 가격이 회복돼도 20% 안팎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은 엇갈린다. 은행과 증권사 소속 프라이빗뱅커(PB)들은 원자재값이 바닥에 근접한 만큼 지갑을 열어야 할 타이밍이라고 조언한다. 투자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달러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는 한 가격회복이 어렵다는 논리다.

◆밀, 옥수수보다 코코아, 커피

투자들의 관심 1순위는 낙폭이 가장 컸던 농산물 관련 상품이다. 밀, 옥수수, 콩 등 여러 농산물에 분산 투자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농산물선물(H)’은 23일 67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5년 최저가다. 단기 고점이었던 지난 4월30일(9690원)과 비교해도 하락폭이 30.13%에 달한다. ‘미래에셋 로저스농산물지수특별자산’, ‘산은짐로저스애그리인덱스1’ 등의 펀드 상품도 최근 한 달간 4~8%가량 평가액이 줄었다. 달러 강세에 수확기가 겹친 탓이다.

농산물 관련 상품의 투자 적기는 미국 곡물 수확이 마무리되는 11월 말부터라는 게 정설이다. 성진호 우리선물 연구원은 “미국 중서부지역에서 적절한 기후가 지속되면서 옥수수와 콩의 공급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밀도 글로벌 재고가 충분한 만큼 한두 달 만에 가격이 뛰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병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판매 중인 농산물펀드는 곡물 비중이 높기 때문에 11월 중순 이후 시장 흐름을 살펴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코코아, 커피, 면은 예외다. 수요가 살아나면서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개별 곡물에 투자하려면 해외에 상장된 커피 ETF, 코코아 ETF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원유, 귀금속도 매력 커

파생결합증권(DLS)의 기초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는 금과 은, 원유도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금속류 중 낙폭이 가장 컸던 은뿐 아니라 금과 원유도 올 들어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 중이다.

귀금속 투자는 철저히 달러 가치의 변화를 보고 결정하라는 조언이다. 다른 원자재보다 달러 가치 변화에 민감해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미국 금리인상 시기를 늦추는 등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본격적인 반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원유 투자의 변수는 국제 정세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단기 급등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 번에 원자재 관련 상품에 뭉칫돈을 넣기보다 분할 매수를 권하고 있다. 손동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ETF나 펀드는 분할 매수를 해야 원자재값 변화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금, 은, 원유는 DLS 등의 간접 투자 상품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황정수/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