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사장 "경력 단절, ①준비 ②도전하고 ③최선 다해야 극복"
“밤사이 부쩍 자라나는 콩나물처럼 자기 자신을 키워라.”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사장(62·사진)이 경력단절 여성들을 만나 이같이 주문했다. 22일 오후 서울 장충동 세계경영연구원(IGM)에서 열린 경력단절 여성 멘토링 행사에서다. 손 사장은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면 당장은 변화가 없지만 자고 나면 몰라보게 자라 있다”며 “경력단절을 극복하려면 콩나물 기르듯 자기 자신에게 꾸준히 물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여한 경력단절 여성 33명은 손 사장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여성으로서 이런저런 난관을 극복하고 금융사 수장에 오른 경영인으로부터 지혜를 얻고 싶어서다.

이 행사는 IGM이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 숙명여대와 함께 운영하는 ‘경력단절 여성 창조프로세스 아카데미’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1억원 펀드를 공동 조성해 지난 6월부터 오는 12월까지 교육을 진행한다.

이날은 여성임원 120명이 활동하는 사단법인 ‘WIN(여성 리더를 키우는 여성 리더들의 모임)’에 소속된 7명이 멘토로 나섰다. 손 사장은 WIN 회장 자격으로 이 자리에 참석해 경력단절 여성들을 격려했다.

그는 “나도 여러 번 경력단절을 겪었다”며 “그때마다 일을 갖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1974년 대학을 졸업하고 체이스맨해튼 서울지점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결혼 후 남편의 미국 유학길에 함께 오르면서 일을 그만뒀다. 이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네 차례 경력단절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 “더 이상 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체념할 때쯤 우연치 않게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첫 직장에서 모신 상사가 한국푸르덴셜생명 사장이 돼 손 사장을 부른 것이다. 손 사장은 1996년 푸르덴셜생명 인사부장을 거쳐 2011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손 사장은 “일을 다시 하게 된 것은 세 가지를 꾸준히 실천한 결과”라며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대비해 항상 준비하고 기회가 왔을 때 열심히 잡고, 일이 주어지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경력단절 여성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이들은 여성 임원 1명당 멘티 4~5명씩 총 7개팀을 꾸려 멘토링을 이어갔다. 많은 질문과 조언이 오갔다.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일과 가정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였다. 여기에 한정아 한국IBM 상무는 “한쪽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상황에 따라 무게를 조절하는 게 현명하다”고 답했다.

행사에 참가한 조우형 씨(36)는 “경력단절 후 겪은 고민을 함께 털어놓고 대화할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IGM은 앞으로 온라인상에서 멘토링 모임을 한 뒤 12월에도 멘토링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손 사장은 이날 행사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경력단절 여성들이 일을 찾고 임원에까지 오를 수 있도록 계속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