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갈구하는 '에로스와 꿈' 현실세계는 그 반대가 아닐까요"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두려워하죠. 그런 두려움을 표현하는 게 습관인 것 같아요. 작가들은 어디에도 소속돼 있지 않거든요.”

한국문학번역원이 23일부터 서울 북촌에서 여는 ‘서울국제작가축제’ 낭독전에 참여하는 작가 윤고은 씨(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5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는 윤씨를 비롯해 김태용 박성원 한유주 해이수 황정은 등 국내 작가 14명과 해외 작가 14명이 참가해 ‘에로스(사랑)와 꿈’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윤씨는 이 행사에서 신작 ‘알로하’를 소개할 예정이다. 미국 뉴욕시가 겨울을 맞아 동사 방지를 위해 노숙자들을 비행기에 태워 따뜻한, 소위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갖춘’ 하와이로 보낸다. 이 과정에서 어떤 노숙자의 이야기를 신문기자가 바라본 형식으로 쓴 단편소설이다. 이 노숙자는 결국 죽는다.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제3자가 얘기하는 것은 그저 하나의 시각일 뿐, 언제나 사실과는 괴리감이 있죠.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질적인 삶을 그린 겁니다. 아무리 지상 낙원이라 해도 한쪽에서는 비참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게 현실이니까요.” 그는 에로스와 현실세계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에로스와 꿈이 사람들이 항상 갈구하는 같은 지점이라면, 현실세계는 그와 반대가 아닐까요.”

윤씨는 동국대 졸업 전인 2004년 ‘피어싱’이라는 단편소설로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으며 문학계에 등단했다.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하게 된 것은 2008년 장편소설 ‘무중력증후군’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면서부터다.

2011년에는 ‘해마, 날다’라는 단편소설로 제12회 이효석문학상을 받았다. ‘해마, 날다’는 음주 후 지인에게 거는 전화가 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하고 폭력적이라는 데서 착안했다. “술 취한 사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얼마나 괴로워요. 취했던 사람도 다음날 무슨 말을 했는지 생각이 안 나고 너무나 괴롭죠. 대리운전 해주듯 술 취한 사람들의 얘기를 대신 들어주는 업체에 취직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했어요. 이효석상은 신선한 소재를 갖고 글을 쓴 것에 대한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윤씨는 이번 작가축제에서 아르헨티나 작가인 올리베리오 코엘료와 짝지어 에로스와 꿈을 주제로 ‘작가들의 수다’를 떨 예정이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오페라 극장을 개조해 만든 멋진 서점 ‘엘 아테네오’가 있거든요. 거기에 제 소설이 번역돼 꽂혀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 좀 해보려고요. 아니면 직접 가서 번역본을 꽃아놓겠다고. (웃음) 국내 작가들이 세계로 진출하려면 이런 교류 기회가 많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