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동안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식품 회사들의 안정적인 캐쉬카우로 자리잡고 있는 '메가 브랜드'들이 적지 않다. 일상 속에서 친숙하게 접하지만, 세상에 첫선을 보인지 30년을 훌쩍 넘긴 제품들이다. 라면부터 과자, 우유 등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장수 브랜드들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친숙한 이 제품, 벌써?⑥] 동원참치, 태어난 이후 32년간 줄곧 '1등'
'1982년 국내 출시 후 32년간 1등, 누적판매량 50억 캔 돌파.'

우리에게 친숙한 '동원참치'가 갖고 있는 기록이다. 동원참치는 1982년 12월 국내 첫 출시 이후 32년 동안 한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원어(原魚) 형태로 해외에 수출해 오던 동원산업이 2차 가공산업에 진출, 국내에 처음으로 참치캔을 선보였다. 동원산업은 점차 선진국 형태로 변모해가는 국민들의 식생활 패턴과 국민소득 증대로 참치의 대중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김재철 회장의 판단으로 참치캔을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참치캔은 일인당 국민소득 2000달러 이하인 나라에서는 팔리지 않는 선진국 식품이었다. 미국에서는 수산캔이라고 하면, 튜나 캔(Tuna Can)을 떠올릴 만큼 참치캔이 보편화돼 있었지만 국내에는 수산캔이라 하면 꽁치캔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동원산업으로서는 당시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하던 참치캔을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 우선 참치가 고급 어류인 점에 착안해 참치캔을 '고급식품', '선진국형 식품'으로 포지셔닝하고 1차 판매 대상을 중상류층으로 잡았다. 동원은 소비자에게 고급식품의 인식을 확고히 심어 주기 위해 광고에 헬리콥터와 참치선망선을 등장시켰다.

또 제품 브랜드도 '동원참치 살코기캔'으로 바꾸는 작업을 감행했다. 초기 브랜드는 '동원참치'였으나 한국 국민들이 닭고기보다는 쇠고기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참치의 이미지를 좀더 고급스럽게 쇠고기화해야 한다는 점 등을 감안해 '살코기캔'을 덧붙였다.

당시 동원산업의 모든 임직원은 평일에 전국 매장을 돌며 직접 제품 진열 및 1일 판매 사원으로 뛰었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엔 유원지나 기차역 주변, 등산로 입구, 야구장 등에서 행락객을 중심으로 동원참치를 넣어 끓인 김치찌개 시식행사 등을 펼쳤다.
[친숙한 이 제품, 벌써?⑥] 동원참치, 태어난 이후 32년간 줄곧 '1등'
동원참치가 서서히 알려지던 1983년 중반 국내 유수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참치캔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1983년 6월에 동아제분이, 뒤이어 해태가 참치캔 시장에 참여했다. '동원참치 살코기캔', '동아 씨치킨', '해태 남태평양참치'의 3파전 양상을 띄게 됐다.

이듬해 말까지 치열하게 펼쳐졌던 참치캔시장 쟁탈전은 동원참치의 승리로 판가름났다. 좋은 원료 확보에서부터 우수한 제품력, 마케팅, 광고전략에서 경쟁업체들에 앞섰던 결과다. 이같은 참치캔 시장 쟁탈전은 각사의 대대적 광고 판촉활동으로 소비자들에게 참치캔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참치캔 시장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동원산업은 1984년 추석명절부터 참치캔 선물세트를 업계 최초로 개발, 판매했다. 이해 추석때만 30만세트 이상이 팔리며 선물세트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이때부터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 명절 선물세트로 없어서는 안 될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2000년대 이전까지 참치캔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편의식품'의 성격이 강했지만 2000년대 들어 편의 식품의 다양화로 굳건했던 동원참치캔의 입지가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동원F&B는 '건강식품'으로써의 참치를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참치는 고단백 저지방 수산물로 칼슘, DHA, EPA, 단백질, 오메가6, 비타민 등 인체에 유익한 영양성분이 들어있는 건강식품이다. 참치에 많은 오메가-3 지방산이 치매 예방과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 좋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는 임산부, 수유여성, 어린이 등은 영양이 풍부한 참치캔을 일주일에 230~340g씩 꾸준히 먹어야 좋다는 내용의 '건강권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이 건강을 지향하는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참치캔의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냈다. 2003년 2000억원을 넘어서면서부터 정체를 겪고 있던 연간 매출액이 2011년 처음 3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는 3300억원을 기록했다.
[친숙한 이 제품, 벌써?⑥] 동원참치, 태어난 이후 32년간 줄곧 '1등'
동원F&B는 기존의 스탠다드참치 외에 올리브유참치, 포도씨유참치 등 프리미엄 참치를 내놨고 2010년에는 업계 최초로 독자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네모 큐브 모양의 '델큐브참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카레, 마요네즈, 짜장 등 다양한 맛이 가미된 가미참치캔도 출시,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에 맞추고 있다.

동원참치는 매년 2억 캔이 넘게 판매되면서 시장 점유율 70%가 넘는 참치캔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1982년에 처음 선보인 동원참치는 지난 6월 말 업계 최초로 총 누적판매량 50억캔을 돌파하며 신기원을 이뤄냈다. 지난 32년간 판매된 동원참치 50억 캔은 일렬로 늘어 놓으면 지구를 약 10바퀴 반(약 41만5000Km) 돌 수 있는 거리가 되며, 수직으로 쌓아 올리면 에베레스트 산(8848m)의 약 20배 높이가 되는 양이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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