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22일 오전 8시53분

기업 신용등급은 ‘기업가치의 거울’로 불립니다. 기업 경쟁력을 구성하는 기술력과 재무관리 능력은 물론 기업이 처한 시장환경 변화까지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가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주식이나 채권 가격의 부침보다는 재무와 신용분석을 중시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www.marketinsight.kr)는 이런 취지를 살려 기업들의 산업, 영업, 재무관리 위험 등을 깊이 있게 짚어보는 ‘신용분석 리포트’를 게재합니다.
[마켓인사이트] 오리온, 中 초코파이 사업 '달콤'…국내선 영업이익 '쓴맛'
오리온은 작년 해외에서 1조원(연결 재무제표 기준)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전년에 이어 2년 연속 1조원을 넘겼다. 특히 중국에선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고속성장을 유지했다. 덕분에 지난 4월 3년 만에 신용등급이 ‘AA’로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장기 전망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요소도 많다.

영업이익률은 하락 추세인 데다 매출의 10%가량을 차지했던 스포츠토토 사업권도 만료 예정이다. 잉여현금 흐름의 적자 지속으로 재무상태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기고 있다. 오리온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이 ‘장밋빛’(긍정) 일색에서 탈색해 ‘보라빛’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외사업 집중 … 시설 투자부담 확대

오리온의 연결 기준으로 본 2013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4852억원과 2588억원으로 2012년(2조3680억원, 2637억원)과 큰 변동이 없다.

해외 제과사업은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매년 성장하며 지난해 기준 매출액의 50% 이상, 영업이익(조정 기준)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초코파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제품 다각화에 성공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대목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지난 4월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이유다. 강병준 나이스신용평가 기업·금융평가본부 연구원은 "중국 공장 신증설로 외형을 확대하고 있다”며 "베트남 시장에서도 우수한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해외법인의 이익기여도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리온만 개별적으로 떼어 보면(개별 재무제표 기준) 2013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7921억원, 474억원으로 2012년과 비교해 각각 3.47%, 23.36% 줄었다. 국제 곡물가격 인상에 국내 소비부진, 대형 할인마트 영업규제 등이 겹친 탓이다. 2011년 9.46%에 달하던 영업이익률(개별 기준)은 지난해 5.99%로 떨어졌다.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면서 잉여현금 흐름이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잉여현금 흐름은 사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에서 각종 비용과 세금, 설비투자 등을 빼고 남은 잔여 현금흐름을 말한다. 기업의 실제 자금 사정이 어떤지를 알려주는 지표로 통한다.

정성훈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1억달러 규모의 중국 선양공장 신축 등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서 잉여현금 흐름이 적자를 내고 있다”면서 “하지만 기존 공장의 라인 증설과 베이징법인 2공장 신규 건설 등을 지속해야 해 돈이 들어갈 곳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제과부문의 성장으로 잉여현금 흐름 창출력은 개선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사업 정체…신성장 찾기 나서

국내 제과시장이 정체된 데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제과시장 성장세도 한풀 꺾이면서 큰 폭의 매출 신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강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해외투자로 인한 자금 유출이 현금흐름 창출로 이어질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리온의 다른 사업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2004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유기농 퓨전 레스토랑인 마켓오는 비즈니스룸, 하우스웨딩 등 부대 서비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의도점이 지난 3월 문을 닫으면서 마켓오 매장은 도곡점과 압구정점 2곳만 남았다.

오리온그룹이 지난달 인수합병(M&A) 분야에 정통한 허인철 전 이마트 사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한 것도 M&A를 통한 신성장동력 찾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허 부회장은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월마트, 센트럴시티 등의 인수작업을 주도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