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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인문계 졸업생 홀대 이유 아직도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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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문을 두드리는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들이 “입사서류를 쓸 때마다 ‘문(文)’을 떼어버리고 싶다"는 하소연을 쏟아내는 모양이다. 심지어 “경영학과를 나오면 취업 걱정 안 해도 된다는 것도 모두 옛말이 됐다”는 푸념까지 들린다. 문과 출신의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말들이다.

    지금 입사원서를 받고 있는 삼성그룹 계열사만 해도 인문계 출신을 뽑지 않는 곳이 6개나 된다.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BP화학,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다 그렇다. 지난해 인문계 출신을 일부라도 모집했던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포스코ICT 등도 올해엔 이공계만 모집했다. 이를 반영하듯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에 따르면 이공계는 대졸 신입사원 위주로 선발하고, 인문계는 다른 기업에서 검증된 경력사원 중심으로 뽑고 있다고 한다. 인문계 취직난이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인문계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공학을 복수전공해야 한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온다. 기업이 갈수록 인문학적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는 마당에 왜 이렇게 인문계가 홀대받는 지경으로까지 내몰린 것인가.

    우리는 이 모두 잘못된 인문학 교육이 빚어낸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인문학적 상상력은 고사하고 지독한 반기업 정서에 물든 인문계 졸업생들에게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말한다. 반시장주의, 반자본주의를 인문학으로 위장하는 강남좌파식 교수들이 판을 치니 당연한 결과다. 이들은 시장경제가 만들어낸 정의로운 체제와 그것이 확산시키는 평화와 평등의 질서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했던 사람이 바로 도덕주의 철학자 칸트였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한다. 걸핏하면 실체도 없는 인성교육만 떠들어댈 뿐 과학정신은 폄하하기 일쑤다. 이러니 성숙한 민주주의의 버팀목인 건전한 직업인 육성을 기대할 수 없다.

    그나마 인문계 출신을 뽑는다는 곳은 영업 등 서비스업 분야에 국한돼 있다. 하지만 이런 분야도 갈수록 과학기술과의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어 언제까지 인문계에 문을 열어 줄지 장담하기 어렵다. 인문학 교육의 과감한 변화 없이는 졸업자의 실업자 코스만 더욱 고착화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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