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음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난 김수창(52·사법연수원 19기) 전 제주지검장 사건 처리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검찰이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지 한 달이 됐지만 아직도 처벌수위를 정하지 못했다.

김 전 제주지검장은 지난달 12일 오후 11시32분께 제주시 중앙로(옛 제주시 이도2동) 한 음식점 인근 2곳에서 5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한 혐의(공연음란)를 받고 있다.

김 전 지검장은 옷차림이 비슷한 사람을 경찰이 오인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경찰이 CC(폐쇄회로)TV 분석을 통한 수사결과를 발표한 직후 법률 대리인인 문성윤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달 22일 오후 곧바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김 전 지검장과 함께 근무한 후배 검사들이 사건을 넘겨받게 되면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광주고검 제주지부에 있던 박철완 부장검사를 제주지검 검사직무대리로 발령, 그에게 사건을 배당해 음란행위 경위 등을 조사하고 김 전 지검장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검찰은 송치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이번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지검장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연음란에 대한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김 전 지검장의 경우 일부러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행위를 보여주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초범에다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게다가 정신과 치료까지 받겠다고 하는 등 반성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건 처리 기준을 따를 경우 약식기소나 기소유예까지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달 법무부가 김 전 지검장의 사표를 신속하게 처리해 비판을 받았던 점에 비춰보면 검찰이 김 전 지검장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으로 형사처벌을 면하게 하면 국민의 질타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안의 중대성과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사건이란 점을 놓고 보면 김 전 지검장을 단순히 벌금형에 약식기소하는 것 역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반면 김 전 지검장이 경찰 조사에서 동생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해 신분을 속인 데 대해 검찰이 공연음란 외에 추가 혐의를 적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식재판에 넘길 수도 있다.

정식 재판이 열리면 피고인 자신이 적어도 한 차례 직접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이미 검사장 지위를 잃고 신분이 노출돼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진 사람을 추가 혐의를 적용해 정식재판에 넘긴다는 것도 검찰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김 전 지검장에 대해 보강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결론이 언제 어떻게 날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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