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진짜 얼마나 썼을까?’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꼽혀 온 한국전력 부지 입찰에서 삼성전자가 가격을 얼마나 써냈는지 관심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감정가(3조3346억원)의 세 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으로 낙찰받으면서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한전 측은 삼성전자의 입찰가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나머지 기업들의 입찰가격을 공개하면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증권가에선 이와 관련한 풍문(일명 찌라시)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제시했다는 가격도 4조원대 중·후반부터 9조원대 중반까지 폭넓다. 재계에선 이 중 ‘8조~9조원 선’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 부지(7만9342㎡) 주변 시세가 3.3㎡당 3억원을 웃도는 데다 재계 1, 2위를 다투는 기업 간 자존심도 걸려 있어서다. 강남권 부동산값 상승률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9%를 넘는다는 점에서 미래가치 역시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삼성전자 내부에 정통한 한 임원은 “일각에서 삼성전자가 4조~5조원을 썼다는 소문이 있는데 한전 땅의 전략적 가치를 따져볼 때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라며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금액과 아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주가는 낙찰자로 선정된 지난 18일 급락했지만 곧바로 진정됐다. 하루 동안 7.8% 떨어졌던 기아차 주가는 19일엔 오히려 0.92% 상승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낙찰자 발표 후 소폭 약세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